경제계, 국내에 대규모 투자 보따리 푼다
경제계, 국내에 대규모 투자 보따리 푼다
  • 김지은
  • 승인 2022.05.24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 63조원 투자… 전동화·신사업에 내연기관까지
-롯데, 5년간 37조원… “신사업으로 산업생태계에 활력”
-삼성,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먹거리에 450조원 투자
-한화, 5년간 37조6천억원 투자… 에너지·탄소중립 중심

새 정부 출범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이후 경제계가 본격적으로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보름째인 24일 현대차·롯데·삼성·한화그룹이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놨는데, 4개 그룹이 발표한 액수만 약 600조원에 달한다.

◇현대차=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는 오는 2025년까지 3년여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들 3사는 이번 투자 계획 배경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인 지난 21~22일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설립과 로보틱스·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도심항공모빌리티(UAM)·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대한 총 105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국내 투자 발표는 미국 투자 발표 이틀 만에 이뤄진 것으로, 대표적인 토종 기업으로서 국내 산업 활성화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국내 투자 분야는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16조2천억원), 로보틱스 등 신기술 및 신사업(8조9천억원),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사업의 상품성 및 서비스 품질 향상(38조원)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국내 투자 계획에 부품, 철강, 건설 등 다른 그룹사까지 합하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국내 투자로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롯데는 이날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37조원 가운데 41%가 신사업과 건설, 렌탈, 인프라 분야에 투입된다.

바이오 사업이 포함된 헬스 앤 웰니스 부문에서는 국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공장을 신설하는데 1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올해 실증 비행을 목표로 하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한다.

시설 투자를 통해 연간 충전기 생산량을 1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롯데렌탈은 8조원 규모의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한다.

화학사업군에서는 롯데케미칼이 5년간 수소 사업과 전지 소재 사업에 1조6천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자원 선순환 추세에 따라 리사이클(재활용)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리사이클 제품 100만t을 생산한다.

화학사업군은 또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과 범용 석화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 투자와 생산 증설에 7조8천억원을 투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유통(8조1천억원)과 호텔(2조3천억원) 사업군에 대한 시설 투자도 재개한다.

식품 사업군은 미래 먹거리 개발 등에 총 2조1천억원을 투자한다.

◇삼성=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나온 대규모 투자 발표로, 한미 ‘반도체 동맹’ 강화와 현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의지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과 같은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에 향후 5년간 관계사와 함께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총 투자액 450조원 가운데 80%인 360조원은 국내 투자액이다.

반도체의 경우 30년간 선도해온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첨단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은 고성능·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5G·6G 등 초고속 통신 반도체 등에 필요한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한화= 한화그룹이 향후 5년간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 분야에 국내 20조원을 포함해 총 37조6천억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2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는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3개 분야에 집중된다.

한화는 투자 계획 배경에 대해 “기존 사업들의 경쟁 우위는 더욱 강화하고, 미래 기술 선점과 시장 주도를 위한 미래 기술 내재화 등에 대한 투자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투자를 통해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향후 5년간 국내에 투자하는 20조원은 지난 5년간 한화그룹이 국내외를 통틀어 투자한 22조6천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화는 국내 투자와 함께 앞으로 5년간 총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사회적 고용 확대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현대차·롯데·삼성·한화 4개 그룹이 발표한 액수만 약 600조원에 달한다. 이는 3년, 5년 단위의 총투자 액수를 합친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본예산 607조7천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SK, LG 등도 조만간 투자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전체 투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기업들은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일인 이날 약속이라도 한 듯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 투자’ 부분을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