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추억을 찾아 나선 먹거리 탐방
-214- 추억을 찾아 나선 먹거리 탐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1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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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완화됐지만, 그땐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특히, 울산 석유화학단지 대기업에 다니는 가족이 있으면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 고통은 아는 사람만 안다. 공장이 멈추면 회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상당하기에. 많은 울산시민의 협조와 노력 덕분에 그나마 울산이 꽤 오랫동안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명성을 날린 게 아니었나 싶다. 감사하고 칭찬받을 만하다. 이제 각종 코로나 변이종이 활개를 치면서 서서히 토착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내 고향 대구를 다녀왔다. 일일 가이드를 자청하여 동성로 교동시장을 찾았다. 옛날 모습과는 달리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떡볶이랑 납작만두, 국물 오뎅(어묵)을 시켜 먹고 입가심으로 식혜 한 사발을 마신 후, ‘동동구리모 시절’만큼 역사가 깊은 짝퉁시장으로 갔다. 외제제품들이 귀할 때 이곳에 오면 없는 게 없다던 쇼핑 천국이었다. 다시 동성로 거리를 걸었다. 불현듯 옛 시절이 그리움으로 밀려왔다. 첫사랑을 만났던 대구 동성로의 뉴욕빵집이 생각났다. 그 앞에 한일극장이 있었고, 나이트클럽에서 대학교 신입생환영회가 있었다. 그날 내가 신입생 대표로 ‘슬픈 계절에 우리 만나요’란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혼자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거니는 동안 곳곳에서 옛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다음 코스인 수성못 유원지로 갔다. 그 옛날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했던 곳이다. 지금은 전부 사라지고 아기자기한 카페들로 가득하다. 유원지라 오리배를 타려고 했지만, 날씨가 추워서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쉬움을 남긴 채 수성관광호텔 별관에 있는 갤러리카페로 갔다. 미술관을 품고 있으면서 너무 멋진 조명과 인테리어로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행복하고 황홀한 기분이었다.

한껏 여유로움을 즐기고 김광석 거리가 있는 방천시장으로 갔다. 고등학교 단짝이었던 혜란이가 살던 동네다. 지금도 그 친구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한참을 둘러보고 대구불로막걸리에 파전을 먹으며 노래 한 자락을 뽑고 싶었으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참기로 했다. 눈으로만 즐기고 다른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동구에 위치한 평화시장이다. 시장 중앙 현판에 ‘똥집시장’이라고 떡하니 씌어 있는 게 특이했다. 그만큼 닭똥집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후라이드, 간장, 양념 똥집을 안주 삼아 소주를 한 잔씩 마셨다. 다들 똥집이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술안주인 줄 몰랐다고 칭찬이 대단하다.

다음은 칠성시장으로 향했다. 모두 먹성이 좋아서인지,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그런지 연신 먹거리를 찾게 된다. 연탄불 석쇠구이에 불로막걸리 한 잔을 나눈다. 근처에 있는 만능 철물점에 들러 잔뜩 구경하고 일행은 손도끼를 샀다. 정말 시골 장날에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물건들이 많았다.

코로나 장기화로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없었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나름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대구 시장 투어로 마냥 즐겁고 힐링이 되는 하루였다. 울산에 도착해 여행의 마무리라 할 수 있는 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가는 곳마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잘 따랐다. 단 하루라도 어디든 떠나서 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여유이자 행복이다. 이런 시간을 갖는 것도 선택과 큰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진짜 바빠서인지 바쁜 척하는 건지. 때때로 나 스스로 여유와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작은 행복과 일상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곁에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장세영 골드린 울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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