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덕의 역사기행]‘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
[배종덕의 역사기행]‘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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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일본부설은 왜가 4세기 중엽에 가야지역을 군사적으로 정벌해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하고 6세기 중엽까지 한반도 남부를 경영했다는 말도 안 되는 학설이다.

그 시작은 신공(神功, 진구우)황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서기』에 나오는 신공황후는 3세기 사람이다. 신공황후기에는 사이사이에 한지(韓地) 백제의 왕력을 끼워 놓았다. 다음은 『일본서기』 「신공황후기」에 나오는 백제의 왕력(王歷)과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의 왕력을 비교한 것이다.

『일본서기』 진구우 55년(CE255) 백제 초고(肖古)왕이 죽었다. / 『삼국사기』 근초고왕(近肖古王): CE 375년 왕이 죽었다.

『일본서기』 진구우 56년(CE 256) 백제 왕자 귀수(貴須)가 왕위에 올랐다. / 『삼국사기』 근구수왕(近仇首王): CE 375년 왕위에 올랐다.

『일본서기』 진구우 64년(CE 264) 백제 귀수왕이 죽었다. 왕자 침류가 왕위에 올랐다. / 『삼국사기』 침류왕(枕流王): CE 384년에 즉위했다.

『일본서기』 진구우 65년(CE 265) 백제 침류왕(枕流王)이 죽었다. 숙부 진사(辰斯)가 왕위를 빼앗아 왕이 되었다. / 『삼국사기』 진사왕(辰斯王): 침류왕의 아우로 침류왕이 죽었을 때 태자가 어렸으므로 숙부인 진사가 왕위에 올랐다.(CE 385년)

백제의 초고왕(재위 CE 165~214)과 근초고왕(재위 CE 346~375)은 서로 다른 사람이다. 왕자 귀수(재위 CE 214~234)와 근구수왕(재위 CE 375~384)도 서로 다른 사람이다. 침류왕(CE 384)이 즉위했다가 1년 만에 죽고 아우인 진사왕(재위 CE 385~392)이 즉위한 사실만 일치한다. 이것도 『일본서기』와 『삼국사기』의 해당연도는 120년의 차이가 난다.

일본 학자들은 초고왕과 근초고왕, 왕자 귀수와 근구수왕을 같은 사람으로 단정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합당한 근거도 없다. 이름이 비슷하니 같은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진구우 황후기에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120년씩 늦추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120년 이주갑설(二周甲說)’의 적용이다.

왜냐고? 이 이주갑설을 적용해야만 4세기 중엽부터 시작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갖다 붙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학자들은 이 120년 이주갑설의 적용을 주장하고, CE 369년부터 CE 562년까지 약 200년간 왜가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연결하고 있다.

광개토태왕비문의 기록에서 광개토태왕이 일본 열도를 초토화한 시기가 CE 396년과 CE 400년이다. 또한 송서(宋書)에 나오는 기록을 보면 왜(倭) 5왕이 송나라에 사신을 보낸 시기가 CE 421~479년이다. 이때는 왜(倭) 나라에 백제의 담로가 있던 시기였고 왜 5왕은 백제 주 담로의 왕들이었다. 광개토태왕의 일본 열도 침공 시기와 왜나라 다섯 왕의 송나라 조공 기록 등을 볼 때, CE 369년부터 약 200년간의 ‘임나일본부설’은 아무리 연결하려고 해도 연결이 될 수 없는 사건들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신공황후기에서 120년 이주갑을 적용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만약 신공황후가 실제의 인물이었다면 CE 201~268년 기간 중 야마토 왜 조정이 규슈에 있었던 백제 분국 구다라와 힘을 합쳐 규슈에 있었던 또 다른 한인들의 분국들과 전쟁을 치른 기록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학자들이 주장해 온 ‘120년 이주갑’ 적용은 모두 다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21대 유라쿠(雄略, 웅략) 대에 이르러서는 연도의 차이 없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일본 학자들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기 위해 신공황후기의 연대를 120년 늦추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20년 늦추어 보아도 광개토태왕의 일본 열도 침공 시기와 송서에 나오는 왜 5왕의 조공기록들은 임나일본부설과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배종덕 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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