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 울산지역 공격 출점
대형유통, 울산지역 공격 출점
  • 하주화 기자
  • 승인 2008.01.3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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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골목 상권 ‘위협’

대형유통업체가 울산지역 SSM(슈퍼슈퍼마켓) 사업에 대한 정중동 행보에서 벗어나 최근 일제히 공격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본보 1월31일자 11면) 대형마트로 인해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지역 슈퍼마켓 업체들은 ‘공룡의 골목 상권 싹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력, 브랜드 파워,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형유통이 슈퍼마켓 출점 부지로 지목한 동네 슈퍼는 ‘자릿세’ 싸움에서 밀려나야 하며 인근 슈퍼들도 매출 타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 동네 슈퍼마켓을 상대로 물품을 납품하는 지역 대리점 역시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물품을 매입하는 대형유통의 골목 상권 잠식에 의해 연쇄적 타격을 받는다는 하소연이다. 높은 임대료로 동네 슈퍼 대체 입점

슈퍼·납품 대리점 ‘벼랑끝’ 하소연

입점규제로 지역 상권과 ‘상생’해야

▲ 동네슈퍼 자릿세 싸움서 ‘수세’

지역에는 연내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지난 22일 오픈한 명촌점을 포함해 3개점, GS리테일이 1개점 등 SSM 신규 출점을 예정하고 있으며 롯데슈퍼도 미개척지 울산에 대한 꾸준한 점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적인 점포 개발 작업을 감안할 때 이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 대형유통은 부지확보의 수월함을 이유로 SSM의 신규 출점 예정지로 동네 슈퍼마켓을 물색하고 있어 지역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상당수의 지역 슈퍼마켓을 SSM 대상지로 ‘눈도장’을 찍은 대형유통들은 이들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영세 사업자들의 경우 사실상 건물주와의 계약 연장이 쉽지 않아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한 대형유통은 A사장이 북구에서 운영하는 슈퍼마켓의 건물주에게 현재 보다 300만원 높은 800만원의 임대료를 제시해왔다.

A사장은 “개인 점포가 대형유통 만큼 임대료를 높이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 사실상 재계약은 불가능하다”며 “울산 지역 330㎡ 내외의 점포에는 대부분의 대형유통 관계자가 이미 다녀간 상태로 지역영세업자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성토했다.

이 지역에서 또 다른 슈퍼를 운영하는 B사장도 건물주가 월 임대료를 1천700만원으로, 기존대비 400만원 상향조정을 요청해와 고민에 빠진 가운데 대형유통이 오히려 이보다 좋은 조건을 제의해왔다”며 “문을 닫는 것은 물론 반품과의 전쟁까지 치러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영세슈퍼·대리점 벼랑끝 내몰려

이 같은 대형유통들의 지역 슈퍼마켓 진출은 골목 상권 잠식과 이에 따른 영세 납품업자들의 몰락이라는 연쇄적 충격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상품의 다양성, 가격, 홍보 및 마케팅 전략 등 모든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일반 슈퍼마켓들은 대형마트가 상편을 재편한데 이어 SSM이 골목상권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명촌점 인근에서 S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D사장은 “홈플러스가 오픈 행사를 진행한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영세 슈퍼마켓에 물품을 납품하는 이른바 ‘메이커’로 통하는 대리점 업체들도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에 우유를 납품하는 S.B마케팅 이관우 대표는 “330㎡ 기준 1개 점포당 월 평균 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지역 점포의 폐점은 그들과 거래하는 대리점 업계의 생존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침통해 했다.

▲ 규제 통해 지역상권과 상생해야

소비자입장에서 이 같은 경쟁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역외로 자금을 유출시키는 대형유통이 풀뿌리 상권을 뒤흔드는 것은 지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크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형유통의 개설이 법적하자가 없어 규제할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형유통의 ‘개점영향평가’ 의무화를 골자로 한 유통상업발전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대형마트 개설시 발생하는 재래시장 및 중소상인 등 지역 사회 및 경제의 영향을 의무적으로 평가하고 사회공헌 약정을 조건으로 입점하게 하는 제도로, SSM에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시장 논리를 주장하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여기에 신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시키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어 현실화가 더욱 어려워 질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의원은 “재벌 유통회사들이 SSM 사업을 확대해 현행법상 대형마트의 등록제까지 피해가고 있다”며 “대형유통의 신설허가제, 취급품목과 영업시간 및 일수 제한 등을 중심으로 한 규제를 통해 지역상권과 상생의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하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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