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식품 소재에 대한 기대
새로운 식품 소재에 대한 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0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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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의 생산-유통-소비라는 관점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제품이 있다. 바로 미국의 비건(=극단적 채식주의) 식품 제조업체에서 올해 여름에 출시할 이른바 ‘소 없는 우유’다.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한 이 제품의 핵심 기술은 곰팡이 종류의 사상균에 우유 단백질 생산 유전자를 끼워 넣어 생물반응기에서 정밀발효 과정을 거쳐 우유 단백질을 생산해내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당연히 우유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우유를 통째 복사해 내는 것은 아니고, 재조합 공정을 거쳐 우유에 들어있는 다른 성분(지방, 당, 무기질, 비타민, 수분)을 첨가해서 제품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유당 분해효소를 활성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우유를 먹고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홍보 문구와 ‘저지방, 저당’이라고 내세우는 슬로건에서 미루어 추측한 결론이다.

무언가를 만들 때 적게 넣어 원가를 줄인 것이 자랑거리가 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소를 사육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97%, 물의 99%, 에너지의 60%를 줄인다며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하는 것도 흥미롭다. 사실이라면, 환경적으로 획기적 제품이 될 것은 틀림없다. 현시점에서는 가격경쟁에 뒤처지는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소비 시장이 확대되어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갖춘다면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소 없는 우유’가 미래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이 제품은 큰 틀에서 볼 때 ‘유전자변형(GMO) 식품’이다. GMO란 생물체 유전자 중 유용한 것을 잘라내 해당 유전자가 없는 다른 생물체에 삽입하고 변형시킨 농산물 등을 원료로 한 식품을 뜻한다. 1996년 유전자변형 기술로 만든 콩과 옥수수가 등장한 이후 GMO 식품은 매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유해성’이라는 주제는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주로 다뤄지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 몸에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공포심이다. 이 식품은 DNA를 변형한 것이므로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도 변형이 일어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람의 소화 기능을 이해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분해 과정을 거치는 위와 장에서 거대 분자인 단백질은 구성성분인 아미노산 단위로 잘게 쪼개진 후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즉 식품의 단백질 구조와 기능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다음 쟁점은 잠재적 위험성이다. GMO 섭취는 새롭게 당면한 주제여서 당장은 문제가 없다 해도 몇 세대가 지나면 어떤 위해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GMO만 겨냥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모든 식품에 적용되는 사안인 탓이다. 따라서 판매 전에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었다면 논외로 해도 될 것이다.

식품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정반대로 평가할 수도 있는 제품이 세상에 나와 주목을 받고 있어서 잠시 살펴보았다.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만들어낸 기술 자체도 보편적으로 사용해온 것인 데다 ‘가치 지속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과 같은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더 잘 받아들여지려면 오랜 시간 인간의 손으로 품종이 개량된 현재의 작물과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다른 점은 짧은 기간에 기술적으로 개량되었다는 차이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큼 시야가 넓어진다면, 가치 지속성을 논하는 제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언환 울산과학대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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