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양육은 사회의 공동책임
아이 양육은 사회의 공동책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0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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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어린 심청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심 봉사는 심청이를 안고 동네 아낙네들을 찾아다니며 젖동냥을 했다는 심청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부모가 되면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그런데 부모가 어린 자녀를 학대한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 안타까움을 준다.

입양한 아이를 학대해 죽게 한 사건, 생모가 어린 자녀를 방치해 죽게 한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어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모든 사건이 다 보도되는 것은 아니니 보도되지 않은 아동학대나 사망 사건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어른이 보호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를 굶어 죽게 만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동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젊은 엄마, 아빠에게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 수는 있다 해도 백번 양보해 그 처지를 이해한다 해도 어린아이를 모질게 학대하거나 굶어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짓이다.

시골 마을은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 만큼 개방적이고 서로 이웃사촌처럼 살아가지만 도시는 아래윗집, 옆집도 교류가 없으면 서로 모른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제도와 기관들이 많이 있다. 그러므로 가정 문제라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힘들고 어려울 때는 누구에게라도 “나 힘들어요”, “나 많이 아파요”,“ 나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스스로 마음을 닫아 버리면 혼자 힘들고 어렵지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하면 도움받을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자녀를 양육할 처지가 못 된다면 차라리 밖으로 데리고 나와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주민자치센터, 파출소, 보육시설도 있고 교회도 많이 있으니 어디든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어린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

필자가 잘 아는, 딸 하나를 키우던 한 목사님 부부가 어느 날 아침 교회 현관문 앞에 누군가가 버려두고 간 아기를 발견했다. 보호시설로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혹시 아기의 부모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목사님 부부는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양육하기로 마음먹었다. 목사님 부부는 부모가 끝내 나타나지 않은 젖먹이 아기를 둘째 딸로 입양해서 길렀고, 성인이 된 이 아이는 이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곳곳에 CCTV가 있어 아기를 몰래 버려두고 가기가 힘들지만, 어떻게든 딱한 처지를 말하고 도움을 청하면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요즘같이 아이가 귀한 세상에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에 든다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방치되다가 굶어 죽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명색이 ‘인권국가’에서 어린아이가 학대당하다 목숨까지 잃는다는 것은 참으로 낯부끄러운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출산율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지금은 초고령사회로 가고, 인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 어린이날을 맞으면서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출산 지원정책을 현실적으로 세워 어린아이들이 조잘대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 하시고 그들에게 안수하시고 거기를 떠나시니라.”(마태복음 19장 14-15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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