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의 인기비결
‘자연인’의 인기비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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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自然人)’을 법률서에는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자연적 생활체로서의 인간’, ‘유기적으로 생물학적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 정의한다. 대중에게는 한 종합편성채널의 교양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 4~5% 시청률이 기본이고 때론 7%대가 나오기도 한다. 동종의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오는 8월, 10돌을 맞이하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첫 출연자 그대로다. 프로그램의 존폐가 시청자의 기호나 유행에 따라 결정되는 냉정한 방송시장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내용의 진솔함과 담백함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제작자의 의도나 방송의 목적, 규정 등에 따라 때론 각색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매번 바뀌는 주인공 ‘자연인’들의 생활이, 산이나 바다에서 살아가는 지극히 보잘것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인마다 지닌 그들 나름의 독특한 생활방식, 자연 속 삶의 원동력인 에너지, 무료하고 고될 것만 같은 야생의 삶에서 찾는 유머코드가 시청자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다가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왕년에는 중견기업 근무나 개인사업으로 소위 ‘잘 나가는’ 생활을 하다가도 한순간 건강을 잃고 자연으로 들어온 분, 직장 근무로 사람과 세파에 지쳐 있을 때 마음으로만 꿈꾸던 ‘자연인의 삶’을 퇴직하고 곧바로 실천한 분, 군인이나 경찰관 직에서 퇴직한 후 사회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변함없는 자연이 좋아서 들어온 분, 가까운 이에게 속아 재산을 몽땅 잃고 힘들어하다가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들어온 분…. 이 프로그램에서는 정말 다양한 모습의 자연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보아오지 않았던가, 아무리 위세를 떨치던 재벌이라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그 엄청난 재산과 명예도 다 내려놓고 저세상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그렇다. 잘났든 못났든, 잘살든 못살든, 누구라도 ‘죽음이라는 자연’ 앞에서는 끝내 평등해지고 말지 않던가. 언뜻 보면, 자연은 말도 없고 보잘 것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인들의 말은 달랐다. ‘욕심을 버려라’, ‘건강하게 살아라’, ‘아름답게 살아라’,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라’…는 가르침을 받았노라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걸 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회지 생활로 한정하기는 좀 뭣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너무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나 반성해 볼 필요를 느낀다. 얼마 전 애지중지하던 반려동물을 몹시 잔인하게 괴롭히다 죽였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보았던 자연인들은 너무도 달랐다. 그들은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면서 때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주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여주곤 했다. 자신을 외진 곳에서 산짐승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늘 한결같이 자신과 함께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록 그들의 자연 속 삶이 넉넉지 못하고, 때론 삼시 세끼를 다 못 챙기면서 흙 묻은 작업복을 대충 걸친 채 살아가도, 대부분은 건강하고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그들보다 물질적 여유는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 빈곤은 더하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OECD 회원국 중에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원인에는 ‘상대적 빈곤감’도 한몫할 것이다. ‘인생을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삶이 힘들어도 우리에게는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믿도록 하자. 숫자에 불과한 청춘 나이에 기대지 말고, 자연처럼 마음의 푸르름이 더 중요함을 생각하도록 하자.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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