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祈雨祭) 지내는 마음을 아는가
기우제(祈雨祭) 지내는 마음을 아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6.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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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물 축제가 끝 난지 3일 만에 울주군 치술령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희비(喜悲)가 연출되는 곳이 울산이다. 한 쪽에서 ‘물 좋다’며 박수치고 있을 때 다른 한 곳에선 ‘목이 탄다’며 농민들이 한 숨 쉬는 현장이 바로 울산광역시 인 것이다. 좀 더 억지소리를 한다면 시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시가지 일원에는 수백억 원을 투입해 다른 곳에서 물도 끌어 오고 수질도 개선해 잔치를 벌이지만 안 보이는 곳은 내 팽개쳐 놓고 있는 것이 울산 치수(治水) 행정이다.

가뭄으로 논바닥이 터 갈라지고 있는 마당에 도회지에서는 ‘물 축제’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지금 정부나 지자체가 수시로 내 뱉는 소규모 댐 건설 얘기를 들으면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 농민들은 지금 하늘만 믿고 있다. 그래서 기우제를 지낸 것이다.

울주군 지역의 저수지 234곳의 저수율이 30%선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30%미만으로 사실상 공급기능을 못 하고 있는 곳이 75개, 30~50%가 44곳으로 전체 저수지의 절반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비가150㎜는 내려야 완전 해갈이 되고 울주군 지역 전체가 모내기를 끝 낼 수 있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다.

돌이켜 보면 지자체나 기초단체, 지역 정치권이 하는 일 중에서 농업용수 확보대책 만큼 주먹구구식인 것도 없다. 가뭄이 들었다 하면 잠시 부산을 떨면서 긴급예산을 방출해 양수 장비 및 시설비로 지원하는 것이 고작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지방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치수행정을 질타 하다가 어느 순간엔가 조용해지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 국회의원들도 똑 같다. 두고 봐라. 며칠 내로 국토부 관계자를 만나 농업용수문제 해결을 위해 울산에 소규모 댐 건설을 촉구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도배질을 할 테니.

울산 지자체, 지역 정치권은 이런 일회성 자세를 버리고 지역 농민들을 위해 진정한 농업용수 확보대책을 이참에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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