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의 옷값 논란
영부인의 옷값 논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0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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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과 인터넷에는 대통령 영부인 옷값 논란이 뜨겁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정숙 여사를 ‘업무상 횡령’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반 교사’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고,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을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자 방송과 유튜버들이 영부인의 옷값에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사용됐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청와대는 공무로 참석하는 순방 행사 때 사용하는 영부인의 의상은 청와대의 일부 예산만 지원받을 수 있지만, 영부인은 특수활동비를 사용하지 않았고 전액 사비로 부담했다고 해명했는데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이 더 많은 것 같다.

영부인으로 해외 순방이나 국내 행사에 참여할 때 늘 입던 옷을 입고 갈 수도 없으니 그때마다 분위기에 맞는 옷을 사서 입다 보면 여러 벌이 되고, 매번 다른 의상을 입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옷 좀 입는다는 여성이라면 계절마다 옷을 사고 선물도 받고 하다 보면 몇 년이 지나면 수십 벌이 될 수도 있는데, 무엇 때문에 영부인의 옷값이 문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영부인이 입었던 의상 사진을 다 찾아내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초기에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해 문제가 더 커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정치지도자는 대중적 관심의 대상이기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가십거리가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으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나 영부인은 일거수일투족이 더한층 주목을 받기 때문에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그만큼 지도자의 위치는 무겁고 불편하기도 하고, 지도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도 힘들다.

유명하지 않은 작은 교회의 목사도 교회 안 성도들과 교회 밖 사람들에게 오해받지 않고 입방아에도 오르내리지 않으려면 항상 언행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목사의 아내도 자녀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의 교인들은 목사 아내가 옷을 못 입으면 ‘촌스럽다’ 하고, 잘 입으면 ‘사치한다’ 하고, 치마가 길면 길다 하고, 짧으면 짧다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의식이 많이 변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도자로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렵다.

어쩌다가 영부인의 옷이 문제가 되었는지, 국민의 관심이 지나친 것인지, 영부인의 옷 욕심이 지나친 것인지, 무조건 감싸고 덮으려는 측근들의 충성심이 지나친 것인지, 영부인이 입었던 옷들을 다 찾아내 문제 삼는 사람들이 지나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은 음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옛날처럼 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경제 대국이라고 자랑하면서 대통령 부인이 옷 좀 입은 것 가지고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 선거전이 치열할 때는 야당 후보의 부인을 소환하여 비난하더니 이제는 대통령 부인을 비난하는 모습이 참 볼썽사납다. 잘했든 잘못했든 5년 동안 고생하시고 이제 한 달 후면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옷값을 문제 삼아 비난하는 것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마무리를 잘하고 퇴임하시도록 좀 아량을 베풀면 좋지 않을까도 싶다.

성경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예수께 “모세의 율법에는 이런 여자를 돌로 치라 하였는데 선생은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예수는 땅바닥에 글을 쓰면서 침묵하다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복음 8장 7절) 고 하시니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 하나둘씩 돌을 버리고 떠났다. 아무도 없을 때 예수께서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하시며 여자를 용서해주셨다.

남의 허물을 뒤져내 비난하기는 쉬워도 자신이 허물없이 살기는 쉽지 않다. 우리 속담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의 눈에 든 티를 빼라고 비난하는 자신의 눈에는 들보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될 줄 모르고 심하게 비난하던 정치인들이 세월이 흘러 똑같은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들을 보면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 마태복음 12장 37절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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