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탑골샘을 찾아
백운산 탑골샘을 찾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04 2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0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일행 다섯이 백운산 탑골샘을 찾았다. 오르는 길은 낙엽이 많이 쌓여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3월 중순이라 쌀쌀한데도 생강나무는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까이 다가서자 ‘태화강 발원지 백운산 탑골샘’이라고 음각된 바위가 일행을 반갑게 맞는다. 종종 찾는 곳이지만 오를 때마다 늘 새롭고 들뜬 기분이다.

백운산 탑골샘은 산왕(山王·산신)과 용왕(龍王·수신)이 함께 좌정한 곳으로 영산(靈山)으로 인식된다. 일행은 울산과 물의 연관성에 대해 듣기를 원했다. 그 이야기를 간추려 적는다.

먼저 울산의 생태환경 이야기다. 울산을 감싸고 있는 산이 그 중심에 있다. 산이 높아야 골짜기가 깊다. 골짜기는 수천 년을 흘러내린 물의 길이기 때문이다. 긴 물길과 짧은 물길 모두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울산의 강은 서쪽이 높아 동쪽으로 흐르고, 그 하류에는 넓은 습지가 발달해 있다. 물에는 물을 다스리는 ‘수신(水神)’ 곧 용(龍)이 있다고 믿는다. 용의 특징은 ‘길다, 검다, 힘이 있다, 비를 다스린다’와 같이 다양하다.

첫째, 용은 길다. 갈(葛·칡)과 등(藤) 즉 칡과 등나무는 길다 보니 용을 상징한다. 둘째, 용은 검다. 장검(長黔), 용검(龍黔), 검단(黔丹), 공검(空黔) 등으로 적는다. 셋째, 용은 힘이 있다. 동해역사(東海力士), 창해역사(滄海力士), ‘한 장군(將軍)’ 등으로 적는다. 동해역사, 창해역사는 고대인이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신을 인격화해서 부른 이름으로, 넓은 바다 동해를 다스리는 힘이 센 신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넷째, 무룡골, 이시(移市) 등에서 보듯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면 비 내림을 관장하는 용이 비를 내려준다고 믿었다.

한편 용은 계룡(鷄龍), 마두(馬頭), 거마(巨馬)에서 보듯 닭과 말로 인식한다. 또 검단(黔丹), 마채(馬彩)에서 보듯 붉은색은 용을 상징한다. 용의 다른 말은 ‘장자 마리’다. 길면서 똬리를 튼다는 의미다. 울산에서 용과 관련된 설화와 지명이 많은 것은 물과 연관성이 있다. 대왕암 용굴, 처용설화, 용연, 무룡산, 삼동골, 용왕소, 백룡담, 황용연, 용검소, 마채(馬彩), 거마(巨馬), 왕생, 마두(馬頭), 검단(黔丹) 등은 모두 용과 관련된 울산의 지명이다. 용의 다른 이름은 주지, 장자(長者), 웅(熊), 려(黎), 갈(葛), 등(藤), 공검(空黔), 공갈(空葛)을 비롯해 무척이나 많다. 이는 고대부터 물의 신인 용이 사람의 의식주와 밀접했음을 의미한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처용이듯, 순정공 아내 ‘수로(水路)부인’도 용과 관련이 있다. 농경문화의 발상지 격인 경북 상주 공검면의 공검지(恭儉池)는 넓은 늪지라는 뜻에서 ‘공갈 못’으로도 부른다. 경북 경산의 ‘한(韓 혹은 漢) 장군’도 ‘큰 장군’ 즉 용을 의미한다. 울산을 ‘굴화성(屈火城)’ 혹은 줄여 ‘화성(火城)’이라 부르는 것도 넓은 습지에 기인한다.

농사를 짓거나 바다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에게는 용에 대한 인식이 중요했다. 농경문화에서 용은 물을 관장하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기본이었다. 부수적으로 물에 잠긴 긴 것(長者), 검은 것(黎者, 驪龍), 똬리 튼 것(마리, 葛蟠), 힘센 것(力士), 색깔 있는 것(馬彩, 黔丹. 갈반 등)이 추가되었다.

울산은 주위에 산들이 발달했다. 그 영향으로 태화강 하류는 습지와 염습지가 많다. 이화, 화정, 화창, 화산, 화봉, 운화 등 울산의 지명 속의 글자 ‘화(花)·화(華)’의 본질은 ‘화(火)’로 대부분 넓은 습지에 자리 잡은 농경지로 확인된다. 과거의 울산을 수향(水鄕), 학향(鶴鄕), 염향(鹽鄕), 용향(龍鄕)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