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대하여
기름에 대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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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다루다 보면 잘못된 이야기들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이번에는 그러한 것들 중에 기름을 다루려고 한다.

‘식물성 기름은 착하고 동물성 기름은 나쁘다’는 일반적 인식이 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기름은 한 종류의 순물질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물질이 뒤섞인 복합물이다. 먹을 수 있는 기름은 대부분 “글리세롤”이라는 중심 구조에 다양한 지방산이 세 개씩 붙어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붙어 있는 지방산의 탄소 사슬에 수소가 모두 채워져 있으면 ‘포화지방산’, 수소가 덜 채워져 있으면 ‘불포화 지방산’이라고 한다.

지방산의 탄소가 12개 이상 되는 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은 버터와 같은 굳기름이 된다. 반면에 불포화 지방산이 많으면 콩기름처럼 흐르는 액상유(液狀油)로 존재한다. 천연적으로 얻어지는 이런 식용유는 포화, 불포화를 비교하며 특별히 어느 것이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같은 양을 먹었을 때 많은 에너지를 우리에게 주기 때문에 효율이 높은 에너지원이다.

포화지방산은 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만 불포화 지방산은 에너지원 외에도 우리 몸을 이루는 필수 구성물질(호르몬 등)로도 사용되므로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없는 지방산은 먹어서 보충해야만 한다. 포화지방 덩어리처럼 보이는 돼지기름도 성분 분석을 해보면 꽤 많은 불포화지방을 갖고 있고 식물성인 코코넛 기름은 오히려 포화지방이 높은 비율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동물성 지방이라 하여 무조건 매도할 이유는 없다. 과다한 열량을 섭취하는 현대에서는 다른 용도 없이 에너지원으로 전용되는 물질이 들어오면 대사과정을 통해 배출되거나 결핍되었을 때를 대비해 세포 내에 지방세포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쌓인 지방세포는 우리 몸의 유려한 굴곡에 기여할 것이다.

무언가 복잡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정리해 보자면, 좋은 기름을 식물성, 동물성으로 구분하지 말자는 것이다. 기름을 이루고 있는 지방산의 구성비가 중요하다.

포화지방산이라고 무조건 나쁘고 불포화 지방산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불포화 지방산도 고르게 섭취해야 하는데 특히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 가운데 한쪽은 상승, 한쪽은 억제 기능이 있어서 가능하다면 1:1(오메가3:오메가6)의 비율로 맞추는 것이 좋지만 최소한 1:4의 비율을 권장하고 있다.

현대인의 불포화 지방산 섭취 비율이 불균형을 이루는 이유는 식용유로 사용되는 기름이 구입 편의성 때문에 옥수수를 비롯한 2~3종의 작물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반찬을 먹었더라도 사용된 기름의 종류는 오메가6이 풍부한 1~2종이므로 기름을 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메가3가 높게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추천할 수 있는 것이 저온으로 짜낸 들기름(오메가3를 60% 이상 함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일일 오메가3 섭취권장량은 0.5~2g이다. 이것을 저온압착 들기름으로 치면 티스푼 하나 남짓한 4g 정도를 섭취하면 된다.

기름도 오래 보관하면 자연적으로 상한다. 한두 달 안에 소비할 만큼만 구입해서 매일 취침 전에 건강보조식품이라 생각하고 먹어보자. 월경전증후군과 생리통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보고도 있고 피부 건강이 개선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특정 질환을 고치려는 목적보다 균형 잡힌 건강을 위한 요소로 생각하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몸은 은행과 같다. 열량을 화폐라고 생각하면 저축만 하는 사람은 빠르게 지방세포 부자가 될 것이다.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오는 기름의 조성(지방산)이 균형 잡힌 상태에서 열량을 적절하게 소비하자. 규칙적인 운동을 포함한 활동이 필요하다. 기름은 오디오의 볼륨 조절 버튼에 비유된다. 들어갈수록 맛이 입체적으로 풍부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기름을 어찌 나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신언환 울산과학대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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