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정치를 기대한다
희망의 정치를 기대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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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오예/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

인디 밴드 버스커 버스커가 노래한 〈벚꽃 엔딩〉이다. 버스커 버스커의 첫 정규 앨범수록곡이자 타이틀곡으로, 멤버인 장범준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2012년 3월 29일에 엠넷미디어를 통해 발매된 직후, 각종 음원 차트의 1위를 휩쓸었고 연말에 각종 시상식의 상을 수상했며 이 노래는 매년 봄마다 음원 차트에 재진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로 본보가 10년 넘도록 개최해 온 ‘궁거랑 벚꽃 한마당’ 축제가 올해로 3년째 열리지 못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필자가 다녀온 궁거랑은 여전히 벚꽃이 만발하며 상춘객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아마 이번 주말이면 절정에 달해 궁거랑을 가득 메울 것이다.

지난 9일 대통령선거를 치렀고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올해 봄은 선거로 모두 지나가는 것 같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라는 신조어가 떠오르더니 20대 남성은 다시 ‘1번남(1번 찍은 남성)’, ‘2번남(2번 찍은 남성)’으로 갈렸다. 20대를 칭하는 이런 신조어들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더욱 극명해진 세대 갈등, 젠더 갈등의 방증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의 지지를 얻은 반면 2030세대 여성과 4050세대에서는 밀리면서 0.73%p(24만7천77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 그동안의 지역 갈등에 더해 세대·젠더 갈등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지역, 세대, 남녀 사이의 첨예한 갈등은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해 3월은 보수 진영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잔인한 봄의 시작이었다. 반면 진보 진영의 봄은 장밋빛이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그 동안 진보 진영이 감동을 주지 못한 탓일까. 이번에는 서로가 정반대의 입장으로 마주 섰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정치인 듯싶다.

진보와 보수, 지역, 세대, 남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온 5년. 무엇을 얻었는지는 자문해 보면 알 것이다.

조선시대 문신 정극인은 상춘곡(賞春曲)에서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리행화 석양 속에 피어 있고 녹양방초 세우(細雨) 중에 푸르도다’라고 봄을 노래했다. 정극인이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인 태인에 머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자연을 즐기는 삶의 흥취를 노래한 가사이다. 제목 그대로 봄 풍경을 즐기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와 강호가도를 표현함으로써 조선 전기 사대부의 자연관을 형상화하였으며,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삶으로서의 안빈낙도를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 출신의 영국 시인 T.S.엘리엇은 1922년 발표한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뿐만 아니라 대통령선거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올 3월이 가장 잔인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만 확실하다면 이 봄은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는 계절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잔인한 정치는 그만두자.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정치의 시작을 기대해 본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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