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상전벽해(桑田碧海)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6.1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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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에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있다. 큰 폭으로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사를 두고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더욱이 복잡다단해지는 요즘세상의 변하는 속도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일선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더더욱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을 때가 많다. 특히 주식시장이라는 곳은 하루 아니 한 시간도 길 때가 있다. 찰나의 순간에 수익률의 운명이 바뀌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다. 어제는 팔지 못해서 안달하다 오늘은 사지를 못해서 안달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반대의 경우도 굉장히 많다. 그러다 보니 시장 생리를 잘 모르시는 투자자 분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항의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상의 변하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그렇다고 자위하기엔 가슴에 와 닿는 도덕적 책임감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세상사의 변화를 몰고 오는 결정적인 단서는 무엇이고 이러한 흐름은 현재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또한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주어서 어떤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미리 반영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그러다 보면 주식시장에서 시세와 싸우는 사람들은 항상 깨어 있는 의식으로 변화에 대한 날카로운 예지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총칼 없는 전쟁터의 시세와의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의 금융시장의 흐름을 보면 위의 한자성어가 절로 생각나게 한다. 불과 수개월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심지어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붕괴까지 이야기가 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앞에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추풍낙엽처럼 붕괴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위기는 실물경제로 그대로 전이되어 대공항 이후 최악의 상황이니, 끔찍한 장기불황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등 각종 최악의 시나리오가 횡행 했었다. 이것이 불과 수개월 전이다.

그러나 경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금융쓰나미가 지나간 폐허에서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태동되기 시작했다. 거시경제 지표상 나타나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잡히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 산업 활동 동향이나 각종 통계치들은 비교적 견실한 회복신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회복 속도 측면에서는 반론의 여지도 있지만 반전된 방향이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도 시스템의 복원이 확연해 지면서 주식시장은 불과 3개월 남짓한 시간동안에 우리 KOSPI기준으로 보았을 때 40%가 넘는 상승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현 지수대에서 외국인들과 기관들 간의 매매공방이 치열하지만 글로벌 자금시장의 흐름을 보면 넘쳐나는 유동성이 너무나 풍부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수급구조는 매도한 쪽의 조바심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현 시점에서의 정확한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 정답을 가르쳐 줄 것이다. 단지 우리 기관들이 매도한 자산이 외국인들에게 넘어가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날 IMF 이후의 경험이 떠오른다.

IMF를 겪으면서 소중한 우리의 자산을 너무나 헐값에 외국인들에게 넘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그대로 외국인들의 수익률로 직결이 되면서 그들의 배를 불려주었었다. 혹시나 우리 기관들이 변화하는 흐름을 인정하지 않고 상전벽해에 눈뜬 봉사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기우였으면 싶다.

/ 김기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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