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개혁 조급하지 말아야
영어교육 개혁 조급하지 말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1.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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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에 따르지 않고 인위적으로 꿰맞추는 방식은 여태 까지 보다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구상중 인 영어 교육 개혁안이 현실과 다르게 추진되는 부분이 있어 ‘의욕이 앞 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인수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0년부터 고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 만 실시한다고 돼 있다.

그 뒤 교총이 현직교사 9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60%가 영어로 수업하는 것에 반대했다. 영어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가르칠 과목에는 소홀해 지기 쉽다는 것이 반대 의견의 주를 이뤘다.

현재 중2가 대입시를 치루는 2013학년도부터 수능시험에서 영어를 분리, 국가 주관 하에 연 중 수차례 시험을 실시하고 시험내용은 기존의 듣기, 읽기 외에 말하기, 쓰기를 포함시키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사전 준비 기간 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급조 개혁안이란 반발이 교육계 주변에서 터져 나오자 말하기와 쓰기는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전국 초, 중, 고 영어 교사 3만 3천여 명 중에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은 33.5%에 불과 하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하물며 일반과목 교사가 영어로 수업하는 것은 더 난감한 일 일 수밖에 없다.

학교 간 학력차가 공개되면 교원 평가제가 자연스럽게 도입될 것이고 이에 따른 부담도 만만찮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 과목 외 일반교과도 영어로 수업해야 하는 소위 ‘영어 몰입 교육’ 파고는 특히 40, 50대 교사에게 불만을 유발시키는 주 요인이다.

“새 정부가 학교 현장의 여건을 고려한 세부 방침도 없이 정책만 쏟아 내고 있다. 영어 교사 재교육을 충분히 시킨 후 진행해도 될 사안을 의욕부터 앞 세워 말만 무성하다”등의 반발이 그 것이다.

울산시 교육청도 영어교육 활성화 추진반을 구성, 2010년부터 실시될 영어 몰입 교육에 대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가장 부담을 느끼는 일반과목 교사들의 영어 연수를 위해 영어에 능통한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활용 방안도 강구 중 이라고 한다. 계획안도 좋고 추진반도 좋지만 문제의 핵심은 연수기간이다. 6개월, 1년 단위의 단기 연수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울산 지역 영어 교사의 30%만이 영어로 수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하는 마당에 일반 과목 교사들을 단기간 교육시켜 현장에 투입하고 원활한 수업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영어교육 활성화에 성공하는 비결은 ‘점진적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2010년, 2013년 이란 기간을 못 박지 말고 장기 계획에 따라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새로 임용될 교사부터 어학 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순차적 방법이 최선이다.

미국에서 다년간 생활하다 귀국한 전업 주부, 해당 분야 석, 박사 학위를 미국에서 취득하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재직하는 사람들 등, 주변을 살피면 해결 가능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순리에 따르지 않고 인위적으로 꿰맞추는 방식은 여태 까지 보다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영어 활성화 계획을 수용하되 현실에 맞는 세부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교육자치 시대, 울산 교육청이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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