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차크라’가 깨어나다
아버지의 ‘차크라’가 깨어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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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선친 함자(銜字)는 청암(淸庵) 이남규(李南珪)다. 한산(韓山)이씨 인제공파 자손으로 올해가 탄신(誕辰) 100주년이다. 필자는 5남 2녀 중 셋째다. 이 글은 2004년에 자손(子孫) 및 지인들에게만 극소수 발간된 ‘판사(判事) 이남규 회고록’의 머리말을 발췌하여 내용을 정리했다. 선친은 건강을 위하여 만사를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1965년 봄부터 요가를 수행한 결과, 누구나 열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하면서 그 체험과 아울러 다른 나라의 요기(요가의 지도자) 또는 도사들의 글을 회고록에 옮겨 놓았다.

우리 몸에는 일곱 개의 ‘차크라’가 존재한다. 차크라는 힘이 솟아나는 샘이다. 차크라는 의식상태에서는 물론 무의식상태에서도 언제나 활동하고 있는 신체 내부의 에너지 중심센터다. 우리 몸의 에너지(힘)는 바로 물라다라차크라, 스바디스타나차크라, 마니푸라차크라, 아나하타차크라, 비슈다차크라, 아즈나차크라, 그리고 사하스라라차크라 등 일곱 개의 차크라에서 나온다. 차크라는 바퀴 또는 원형을 뜻하며, 이 일곱 개의 차크라를 통해 운동하면서 다양한 정신상태를 만들어낸다. 현대 생물학은 이러한 현상을 직접적이고도 순간적으로 인체의 혈류와 혼합되는 내분비선과 무관(無管)의 분비에 의해 생성되는 화학변화로 정의하고 있다.

동양의 고대 철학자들은 이 현상을 다섯 가지 근본 요소 즉 땅, 물, 불, 공기 그리고 기(氣)와 관련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 다섯 요소들은 우리 몸 안에서 24시간 주기 리듬으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고대 인도 요가는 이 다섯 요소의 인식과 활성화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바로 이 요소들의 기초토대가 되는 것이 차크라인 것이다. 고대 스바라요가(의식호흡의 요가)는 만드라자파 즉 진언(眞言) 낭독술을 통하여 첫 번째 다섯 차크라인 몸 안의 다섯 가지 주요 에너지 중심센터를 지배하여 자유로운 일원성의 의식을 성취했다.

이것은 각기 다른 마음의 중심부를 통하여 스스로 자기 자신을 관조할 수도 있고 에너지 움직임을 느낄 수도 있다. 단식 순결 혹은 이타적 사랑과 같은 종교적 수행은 에너지를 우리 몸의 최상부에 위치한 사하스라라차크라 쪽으로 흐르게 한다. 우리 몸의 최하부에 위치한 물라다라차크라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 에너지가 활성화되어 깨어나면서 상승작용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상승작용의 흐름이 사하스라라차크라에 도달하게 되면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그 느낌은 재생(再生)이라는 표현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것은 에너지 흐름의 상승을 유지하는 것이 요점이며, 진언 낭독의 지속적 실시는 에너지를 상위 차크라로 흐르게 하여 요소를 초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차크라는 육체보다 높은 차원에 존재하는 인간의 몸이다. 육체의 신경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움직이는 프라나 호흡계의 중추라 할 수 있다. 차크라는 생리적 신체기관이 아니므로 고도의 수련을 통하지 않고 일반적 감각에 의해선 보거나 느낄 수 없다. 인간이 수행에 의해 감각 능력을 발달시키는 훈련을 하기 시작하면,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단히 매력적인 세계가 그 앞에 펼쳐진다. 차크라가 깨어나기 시작하면 그와 더불어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오늘날 차크라 수행 방법은 여러 형태를 띠고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다. 중국의 기공(氣功)이나 한국의 선도(仙道) 또한 그 본질에 있어서 인도의 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 인도의 현대요가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도 어언 한 세기가 넘었으나 그 발전은 아직 미미하다.

선친은 “요가를 아주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무서워하거나 멀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누구나 열심히 네 종류의 호흡법을 수행하면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진언 또는 주문을 제한된 시일 안에 백만 번 낭독하면 누구나 차크라를 깨울 수 있다”고도 했다. 선친은 인도의 다섯 자형 진언인 ‘아, 비, 라, 웅, 껭’을 종일 낭독했다. 요가는 우수한 능력을 몸에 가지는 외에도 우수한 인격과 덕(德)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오늘따라 아버지가 많이 그립다. 꿈길에선 만날 수 있으려나.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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