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 복합체의 태동을 꿈꾸며
울산 문화 복합체의 태동을 꿈꾸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0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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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지나친 중앙 집중화로 ‘지방 소멸’의 우려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인구가 100만 이하로 줄어들어 광역시의 조건조차 채우지 못한다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온다.

전국 지방 도시에서 빠져나가는 인구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로 집중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갑작스레 부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도시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다 같이 망가지는 형국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여러 도시를 하나의 권역(圈域)으로 설정해 보려는 구상이 설득력 있게 논의되고 있다. 마산·창원·진주를 묶는 ‘마·창·진’, 울산·경주·포항을 묶는 ‘해오름 동맹’, 부산·울산·경남을 묶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같은 것이 그런 구상이다.

이렇게 권역별로 묶는 구상의 핵심적 내용은 이전과는 달라진 이웃 도시 간의 상호보완적 관계 개선이다. 이렇게 관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과거처럼 여러 도시가 제각기 집단 이익을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충돌하기보다 서로 보완하고 상생·발전할 수 있는 큰 시야를 확보하면서 호혜적 차원에서 공동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권역별 상생 계획에서는 무엇보다 사회 여러 영역에서 요구되는 도시 인프라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도시들은 각 지역 특성에 따라 공간의 특성화와 지역별 거점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도로 등의 교통망을 정비하고 주거, 산업, 상업, 의료지구, 대학 등의 교육 환경, 연구소 등의 R&D 영역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문화예술계에도 유효하다. 문화 관련 기관들끼리 공동의 협업 사업을 개발하는 일에 힘쓰는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울산의 ‘문화 생태계’를 활성화할 복합적 운영체를 제시해 본다. 유기적 문화 복합체가 태동한다면 울산은 문화적 잠재력을 발휘하게 될 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기관이 활동에 동참하게 됨으로써 그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다. 기대되는 효과로 작게는 당면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인류 사회에도 기여하는 문화 핵심 도시가 될 것이다.

문화 복합체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은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다. 이들의 활동이 보장되고, 사회적 관심 속에서 발전적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민속·전통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고전적 개념의 예술을 포함하면서 신기술 활용 영역의 문화활동까지 총망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작가들의 전문적 활동에 일반 시민도 호흡을 같이하는 참여의 장이 마련되고, 일상적 삶 속의 실질적 문화 공간이 탄생할 것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연구 기관들이 활발하게 동참하게 되면 모든 결과물 또한 다양한 방식의 발표로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울산 문화 복합체를 통해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문화 제국주의나 문화 패권주의에 맞서는 진정한 지구촌의 문화활동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여태껏 공허하게만 이야기되어 온 ‘일상생활 속의 문화예술’을 구현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한 모든 활동은 시민들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최승훈 전 울산시 문화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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