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학교와 마을·세대와 세대를 잇다
작은학교, 학교와 마을·세대와 세대를 잇다
  • 정인준
  • 승인 2022.03.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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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강남교육지원청 작은학교 성장 프로젝트

‘작은학교’란 울산의 초등학교들 중 학생수 감소로 인한 폐교 위기에 있는 농어촌 지역과 도심내 소외 지역의 학교 중 ‘울산광역시 작은학교 지원 조례’ 대상에 해당하는 학교를 말한다. 구(區)에 소재한 학교 중 학생이 200명 이하인 학교, 군(郡)에 소재한 학교 중 학생이 100명 이하이거나 6학급(특수학급은 제외) 이하인 학교다. 울산에는 10개의 작은 학교가 있는데, 이중 7개가 강남교육지원청 관할에 있다. 강남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작은학교 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해 마을과 학교가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지난 호에 7개 학교 중 장생포초, 삼평초, 반곡초의 성장프로젝트를 소개한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삼동초, 척과초, 두서초, 명산초에 대해 알아본다.

삼동초 학교앞 냇가 수렵체험.
삼동초 학교앞 냇가 수렵체험.

 

◇삼동초,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고 실천하는 ‘마을교육 과정’

삼동초등학교 학생들은 여름엔 마을 냇가(보은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가을엔 고구마를 수확한다. 인근 금곡마을 이장님으로부터는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운다. 학교와 5분 거리에 위치한 경찰서와 소방서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재밌는 놀이터다. 학생들이 온 마을을 배움터로 삼은 것은 3년이 채 안됐다. 삼동초 교사들은 ‘삶과 배움을 연결시키는 마을학교’를 모델로, 마을의 자원을 연결했다.

지역사회의 인적 자원으로는 금곡·사촌마을 이장과 학부모들을 활용했다. 학부모들은 마을교사로 활약했다.

10여명의 학부모 마을교사는 가을계절학교에 참여해 학생들과 함께 고구마 캐기와 감 따기, 요리활동과 나눔활동을 했다. 바느질 전문가 학부모는 바느질로 가방 만들기를 통해 실과 수업을 했다. 식생활 전문가 학부모들은 채식 음식 만들기를 통해 지구를 지키는 환경 수업을 해줬다.

이 외에도 담임선생님과 마을 둘레길을 탐방하며 생태환경을 직접 조사해 학교 주변 마을의 생태지도를 만들었다. 마을을 위한 교육으로는 환경프로젝트 수업에서 마을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했으며, 지역사회에서 최근 아스콘 공장 관련 환경 문제가 불거졌을 땐 환경전문가를 초빙, 지역의 문제를 알아보고 실천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삼동초는 마을학교 운영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찾아내고, 학부모의 교육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척과초 마을교사에게 배워요 '목공교실'.
척과초 마을교사에게 배워요 '목공교실'.

 

◇척과초, 학생·학부모·선생님도 마을에서 배운다

지난해 11월 23일 척과초등학교는 학교 체육관 개관을 기념해 ‘척과마을교육공동체 축제’를 열었다. 학교는 척과초동문회와 지역기관, 학부모, 마을주민을 초청해 척과마을교육공동체의 성과를 알렸다. 학생들은 합창·오카리나 공연과 목공작품을 선보였다.

척과초는 전교생 42명인 작은학교다. 지난해 교육공동체 운영의 주제를 ‘함께 성장’으로 정하고 생태교육, 지역기관 견학, 목공 교실 등 3가지 방향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학교 교육과정을 계획했다.

생태교육은 농사 전문가인 마을 교사들과 함께 학교 텃밭을 만들어 고추, 오이, 딸기, 감자, 고구마 등 계절별 작물 재배를 배우고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생태교육에서는 학교 교사도 마을교사의 제자일 뿐이었다. 지역기관 견학은 척과보건진료소를 찾아 우리 마을에서 자주 발생하는 안전사고 사례를 듣고 응급사고 발생 시 대처법을 배웠다.

목공교실은 척과마을교육동체의 핵심역할을 했다. 학부모이면서 마을 목공방을 운영하는 마을교사를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기초 목공지식을 배웠다. 목공교실에선 수십 차례의 사포질로 거친 원목을 다듬고, 우드버닝을 활용해 조심스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늬도 새겨 보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위과 같은 사례들은 ‘척과마을교육공동체 축제’에 소개된 성과다. 척과초등학교는 ‘함께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운영한 결과, 학교와 마을, 지역기관으로부터 마을교육공동체 협력적 교육활동에 대한 만족 이상 약 98% 이상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서초 마을교사에게 배워요 '보리짚 공예체험'.
두서초 마을교사에게 배워요 '보리짚 공예체험'.

 

◇두서초, 3대가 함께 쌓아가는 아름다운 추억

“생전 처음 내 이름을 한글로 썼어. 붓으로 그림도 그려봤지”

지난해 두서초가 운영한 한글반과 수채화반을 마친 80대 할머니의 말이다. 두서초등학교는 울주군 두서면의 유일한 교육기관으로 마을과 학교, 세대와 세대 사이를 잇고 있다. 젊은 세대가 사라지고 있는 농촌에서 두서초는 지속가능한 교육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두서초는 울산형 혁신학교인 ‘서로나눔학교’ 운영을 통해 작은학교의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세대를 잇는 특징을 가진 교육공동체 프로그램은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교실 △보리짚 공예체험 △문화예술공연 활성화다.

두서초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교실로 어르신 한글반과 수채화반을 운영했다.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한글반은 처음 3명으로 시작해 현재 8명까지 늘어났다. 수채화반은 현직 화가를 마을교사로 위촉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처음으로 붓을 들어보는 마을 어르신들은 3개월의 과정을 통해 본인의 작품을 그리고 전시회까지 개최했다. 보리짚 공예 체험은 두서면이 곡창지대였음을 알려주고, 어르신이 선생님으로 3~6학년 학생들에게 옛 이야기와 함께 조상의 슬기로움을 전달했다.

문화예술공연 활성화 프로그램은 피아토 앙상블과 함께하는 클래식 공연이다. 학교에서 펼쳐진 수준 높은 공연은 학생과 지역민, 그리고 학부모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서초는 “3대가 함께 쌓은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며 학생들의 미래를 열어 나가는 학교로서 기능하려 한다”며 “농촌의 작은 학교를 지키고 마을과 함께 동행할 때 도시와 농촌 모두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을 홍보대사가 된 명산초 학생들.
마을 홍보대사가 된 명산초 학생들.

 

◇명산초, 보배마을학교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

울주군 서생면의 작은학교 명산초등학교는 2018학년도 6학급 42명에 불과했다. 그랬던 학교가 3년만에 7학급 114명의 학생으로 불어났다. 그 사이 무슨일 있었던걸까.

명산초에서는 매년 보배마을학교가 열린다.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다시 살려낸 마을교육공동체 이름이다. 명산초의 부흥은 학교와 보배마을학교의 결과물이다.

보배마을학교를 통해 온 마을의 인적·물적자원이 모였다. 보배마을학교 주요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학년 물들이는 배꽃마을 활동 △2학년 우리마을 이야기, 보배키움, 보배마을 운동 △3학년 꽃피는 보배동산 △4학년 꿈꾸는 가마 △5·6학년은 바리STAR 등 모든 활동들이 마을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진행됐다. 지난해엔 보배마을학교에 이어 보배마을탐험대를 추가로 운영했다. 보배마을탐험대는 지역주민이 교육 주체가 돼 지역의 현안문제에 접근, 학교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탐색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학교와 마을은 성공적인 보배마을학교와 보배마을탐험대 운영으로 확고한 마을교육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작은학교 성장 프로젝트는 학교와 마을의 협력적 교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마을을 떠났디 다시 돌아올 것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작은학교 마을공동체를 운영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마을교육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구조로 나아가기 위해선 교육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시작된 학교 성장 프로젝트가 마을 성장 프로젝트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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