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창업 희망자에게 드리는 첫 번째 이야기
먹거리 창업 희망자에게 드리는 첫 번째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2.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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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식품을 전공했고 빵과 과자를 만드는 식품 기업에서 10여년 재직한 바 있다. 이 기간은 ‘고객이 원하는 빵과 과자는 무엇이며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 후 강산이 두 번 이상 바뀌는 동안 전문 직업인으로 파티시에(patissier)를 꿈꾸는 사람을 양성하는 길을 걷고 있다.

여러분과의 첫 번째 만남의 장 주제는 ‘커피’다. 필자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대다수 사람이 흥미를 느낄 만한 것이라고 고른 것이다. 불타버린 고원지대에서 야생 커피나무 열매를 먹고 흥분한 염소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바리스타 자격증 교재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커피의 시작은 우리나라에서 후백제 견훤이 말을 달리고 있을 즈음 중동의 한 지역에서부터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인간은 쓴맛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혀가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미각 중에서 쓴맛은 다른 네 가지(단, 짠, 신, 감칠)보다 낮은 농도부터 알기 시작한다. 이는 자연에서 먹게 되는 독성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에너지로 거의 전환되지 않는 쓴맛의 식품이 공동체 사회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합리적 이성의 범주에서는 의문 부호로 남는다. 물론 계속된 시간 속에서 괜찮다고 인식된 쓴맛의 먹거리가 있기는 하다. 이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누가 언제부터 본능이 거부하는 커피를 음용해 왔는지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마도 “카페인”이라는 각성효과가 있는 음료의 효용성을 발견한 집단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을 공감하는 여러 사람으로 전해지며 확산했을 것이다.

커피의 역사는 이 정도로 요약하고 요즈음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는 커피 음료와 점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들어오는 요청 중에는 카페 창업에 대한 것이 의외로 많다.

창업계획 단계의 요청은 행복한 꿈을 꾸는 시기여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주로 ‘프랜차이즈’와 ‘개별 점포’에서 고민하는데, 둘의 장단점은 서로 양극단에 놓이기도 한다. 자금이 충분하고 괜찮은 입지를 확보할 수 있고 자본회수 기간이 길다면, 고민 없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프랜차이즈를 권하는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제한된 자원의 범주 안에서 단독 매장으로 창업하려 할 때는 성공 가능성을 끌어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을 들여 창업 로드맵을 만들곤 한다. 난이도가 가장 높은 상담은 창업자가 이미 창업한 뒤 기대 이하의 매출 상태에서 대응방안을 찾을 때다.

이 단계에선 상담 요청자도 원인을 알고 있을 때가 많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구원의 해결책이다. 그러므로 요정처럼 대충 막대기를 몇 번 휘둘러 반짝이를 뿌려주고 “자,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터 꽃길만 걸어가세요.”라고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감을 표시할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창업을 할 수 있을지 마케팅 영역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예비창업자는 내가 하고자하는 입지의 영역에서 ‘고객은?’ ‘나의 경쟁자는?’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설정하고 검증해야 한다. 경쟁자를 설정할 때는 그 범위를 단순하게 주위의 카페로 하지 말고 ‘내가 설정한 고객이 나의 매장 대신에 소비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넓혀야 한다. 편의점이 경쟁자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고객군을 넓게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넓은 범위는 모두에게 많이 판매하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정은 고객군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경우 예비창업자에게 고객을 구체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도구로 “페르소나”라는 개념의 도입과 활용을 권유한다. 페르소나는 인간의 다양한 인격 유형을 이야기하는 심리학 용어지만 마케팅에서는 가상으로 나의 매장에 오는 고객의 구체적 인격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30대 직업이 있는 남자”와 같은 모호한 대상이 아니라 33세 남자, 총무업무, 대리, 연봉 0000만원, 삼산동 거주, 월 용돈 00만원, 정보는 주로 SNS에서 획득, 취미는 재즈 음악 듣기 등으로 구체화하고 이름까지 지어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수의 페르소나를 활용해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의 비용을 사용할 수 있을지 가상의 공간에서 모의실험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끌어낸 고객 행동 특성에 맞추어 제품군과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동선 등을 설정하면 창업계획 단계에서 더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다른 점검 사항을 살펴볼 것이다. ▷이어짐

신언환 울산과학대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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