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이징 2022’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2.1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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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치기(稚氣) 어린 애국주의가 갖가지 찝찝한 화제를 인공눈 뿌리듯 뿌려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에 빗댄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란 표현이다. 뒤질세라 ‘눈 뜨고 코 베이징 상(賞)’이 뒤를 잇기도 했다.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는 말의 속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中國) 의 인구는 2021년 기준, 약 14억1천만명으로 그야말로 세계 제일이다. 그래서일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리스트 차민규(28, 의정부시청) 선수에 대해서는 무려 1억이 넘는 중국 누리꾼이 비아냥 댓글을 달았다니, 평소 즐기던 베갈 맛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13일 ‘샤오지’라는 스포츠 관계자의 글을 인용해서 재미를 보았다. 샤오지는 차민규 선수의 행동이 4년 전 평창 대회 때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딴 캐나다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전에 단체로 하던(시상대를 쓸어내던) 장면을 떠올린다고 비꼰 것이다. 당시 캐나다 선수들의 행동은 다른 종목의 자국 선수가 당한 판정에 항의했다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샤오지는 또 차 선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신 규정’을 어겨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고, 은메달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폈다. 시상식에서 선수가 항의하는 것을 IOC가 새로운 규정을 통해 금지했다는 게 그의 주장. 샤오지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지나친 텃세 하나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이 텃세도 시진핑을 우상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림수인지도 모른다. 자국민들의 콧대를 높여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

한편, 중국 인터넷 매체인 ‘소후닷컴’은 12일 “경기 후 시상식에서 차민규 선수는 시상대를 손바닥으로 쓸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에 “자신의 무덤을 닦는 것이냐”,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메달을 반납하고 돌아가라”, “심판 탓 말고 실력을 탓하라”는 식의 글을 수도 없이 올렸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빈틈을 보인 일은 없었는지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 차민규 선수 사태만 해도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 선수는 메달 수여식에서 이름이 불리자 잠시 허리를 숙여 단상을 손으로 쓸어낸 뒤 시상대에 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 이준서 선수가 나란히 실격 판정을 받은 이후 꼬투리 잡기에 혈안이 된 중국 누리꾼들에게 먼저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는 얘기다.

중국 선수를 편들고 싶어 했던 일부 국제심판들의 어이없는 편파판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지난 며칠간 여자 500m 준준결승부터 남자 1000m 준준결승까지 비디오판독을 거쳐 비중국인 선수들에게 페널티를 매긴 횟수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 바람에 실력파 외국 선수들이 줄줄이 불이익을 당하고 그 반사이익을 약속이나 한 듯 중국 선수들이 챙겨간 사실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쇼트트랙의 특정 구간에서 자주 미끄러지도록 빙질(氷質)을 허술하게 관리한 것도 ‘의도된 꼼수’는 아니었는지 의문이 간다. 오죽하면 ‘중국판 오징어 게임’이란 비판이 다 나오겠는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래도 IOC는 이참에 중국 스포츠 당국의 ‘국제심판 매수 의혹’도 가려내야 한다는 지구촌 일각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재주는 곰이 피우고 돈은 △△이 번다’는 우리네 속담이 생각나서 그런지 뒷맛이 개운치가 못하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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