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특별기여자’ 일상 정착 배려해야
‘아프간 특별기여자’ 일상 정착 배려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2.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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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말 미국과 영국군의 공습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지 20년 만인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그동안의 내전으로 심각한 인권 탄압에 시달리던 수 백만명의 피난민이 국경을 넘었고, 지난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극도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그해 말까지만 50만명이 넘는 국민이 나라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카불 입성 직후 아프간 국민 391명이 ‘특별기여자’라는 명분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가 ‘미라클(기적)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현지에 투입한 군용기 3대에 나눠타고 왔다.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은 우리 대사관이나 KOICA, 한국 병원, 한국직업훈련원, 한국 기지에서 근무했던 이들이었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는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들을 수용키로 한 데 따른 조치였다.

입국한 79가구 391명 중 1가구 6명이 미국으로 출국하고, 4명은 국내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정부가 제공한 임시 생활시설인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약 6개월간 한국 정착 교육을 받았다.

이 가운데 7가구 20명이 지난달 인천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등 3개 업체에 취업해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9일 남은 마지막 7가구 40명이 경기도 시흥, 용인, 화성으로 취업이 확정되면서 퇴소해 지역사회에 합류했다.

앞서 지난 7일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총 29가구 157명이다. 29세대의 가장들은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12개 협력사에 취업이 확정됐다. 배관, 도장, 전장 등의 분야에서 근무할 예정이며, 남성 28명, 여성 1명이다.

특별기여자 가족 중 학령인구는 총 64명이다. 초등학생 25명, 중학생 17명, 고등학생 22명이다.

157명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울산 정착을 두고 지역 여론이 갈린다. ‘한국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반해 일부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 정착을 지지하는 측은 “아프간 난민의 울산 정착에 대해 일부 주민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아마도 낯섦에 대한 인식이거나 이슬람 문화에 대한 막연한 불신일 것”이라며 “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폭력을 피해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로 이주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따스하게 보듬으면 좋은 이웃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거부반응을 보이는 일부 주민들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환경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들은 “특별기여자들의 종교와 사상이 어떠한지도 모른 채 우리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반발한다.

난민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지만, 이들이 ‘한국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2년 2월 난민법 제정 후, 2014년 627명을 시작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난민들은 매년 수백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울산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은 한국을 위해 일한 사람들과 그 가족으로,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보호하기 위해 받아들였다. 지역사회는 이들에게 일상에 익숙해지도록 배려하는 이웃이 될 때다. “큰 길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슈퍼마켓이 보일 겁니다”라고.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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