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이 낱말의 뿌리(語源)에 대한 풀이는 다양하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설다’, ‘섧다’, ‘서럽다’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說)이 그중 하나다. 이밖에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어서 ‘낯설다’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새해에 몸과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행동과 말을 조심하다 즉 ‘삼가다’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가지가지 설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말의 의미에 집착하지 않는다. 색동저고리, 색동치마에 댕기 머리로 치장하는 치레 설날이 더 즐겁다. 공작이나 꿩이 꼬리로 치장하듯 어린이들은 도다익당지(都多益唐只)로 부르는 도투락 댕기로 한껏 치장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두둑하게 쌓이는 세뱃돈이 마냥 즐거울 뿐이다. 이렇듯 어른과 아이는 느끼는 설날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베이비붐 세대이든 X세대, MZ세대이든 각각의 세대가 느끼는 정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첫째, 설날 연휴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다. 그러기에 고향을 떠나 각자 흩어져 생활하다가도 이날 혹은 이 기간만큼은 함께하기 위해 모여든다. 늦어도 섣달그믐날까지는 고향 집에 도착해야 한다.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믐밤과 새해 새날 아침을 함께 보내고 맞이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정이 있어서 한데 어울리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고, 늦게 도착해도 어울릴 수만 있으면 신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날에는 부모님과 조상에게 새해 인사(歲拜)를 드린다. 다음날부터는 친척과 동네 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린다. 경험자의 덕담을 들으면 인생 여정의 설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배를 올린 다음 다시 앉아서 드리는 세언(歲言)은 “과세(過歲=설 보내기, 설 쉬기) 편하십니까?” 또는 “과세 편히 쉬셨습니까?”가 무난할 것이다.
옛날의 세배는 음력 정월 한 달 내내 이어졌다. 사당을 모신 가정이나 예경(禮敬)의 대상을 모신 수행도량에서 설날에 하는 의식은 ‘세알(歲謁)’ 또는 ‘통알(通謁)’이라고 불렀다. 또 설날을 맞아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을 ‘과세(過歲)’라고 불렀다. 과세를 풀이하면 ‘쉼’이다. 하지만 단순한 쉼은 아니다. 경험자의 조언과 충고를 귀담아듣고 앞날을 헤쳐나갈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둘째, 설날은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설날을 맞는 감회는 세대에 따라 다르다. 그중 MZ세대가 느끼는 의미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설날은 과거·현재·미래가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한 가운데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날이라고…. 여기서 과거는 할아버지, 현재는 아버지, 미래는 자식의 세대를 의미할 수도 있다.
셋째, 설날은 MZ세대들에게 곤혹스러움과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간이다. 몇 살이냐? 뭐하냐? 취직은 했나? 취직 준비는 하나? 결혼은 언제 하느냐? 여자친구는 있느냐?와 같이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어른들의 성가신 질문이 되풀이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설날의 의미는 세월 따라 변하고 있다. 설날에는 가족이 함께하고 친척이 왕래·소통하는 풍속이 있다. 옛날에는 여럿이 어울리는 전통민속놀이가 놀이의 중심에 있었으나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지금은 그 자리를 개인 놀이가 차지하고 말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설날의 의미는 앞으로 발 빠르게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시대가 막을 내리면 설날의 의미도 전통사회의 규범적 의미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설날은 해마다 돌아오는 새날이자 시작의 날인 만큼 희망과 다짐과 실천의 의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독자님 모두 “과세 편히 쉬시길…!”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