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독립된 지방의회 출범에 부쳐
인사권 독립된 지방의회 출범에 부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1.13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그 지방의 행정사무를 자치기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활동 과정으로 통칭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에 따라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됐다. 1952년 4월 25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제1차 시·읍·면의회 선거를 통해 개원했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 정변으로 강제 해산됐다. 30년 후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1991년 4월15일 시·군 기초의회가, 그해 6월20일 광역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했다. 또다시 30년이 지난 2018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고 같은 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오늘(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1991년 부활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지방자치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지만, 지방자치법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시대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당시 제도적 미비 속에 준비가 안 된 채 출범한 지방자치는 권한과 사무, 재정 등을 중앙에 두고서 시행돼 ‘무늬만 지방자치제’란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의회 출범 초기 일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자질 논란으로 걸핏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지방의회를 향한 주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와 더불어 지방자치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자치단체임에도 법과 제도가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았기에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법 개정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였다. 정부는 제도개선을 위해 지난 2018년 10월 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1988년 이후 30년 만이다.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법은 의회 사무처 소속 사무직원 임용권을 시·도의회 의장이 갖게 되고, 입법·예산심의 등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관을 두게 됐다.

의장이 인사권을 갖게 되면서 의회 직원들은 집행부와 관계없이 자체 인사를 한다. 이는 전문성 강화로 이어져 의원들의 의정 역량도 함께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이 법령·자치법규에 따라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집행과정에 참여할 일반적 권리도 신설됐다. 그중 하나가 주민조례 발안제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제도다. 청구권자 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낮아져 주민 참여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또 정보공개 확대, 기록표결제도 도입, 지방의원 겸직 신고 내역 공개, 윤리특위 설치 의무화 등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들도 새로 반영됐다. 지방자치 발전의 근간이 되는 큰 변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문제가 인사의 투명성이다.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와 지방정부에 쏠렸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핵심적으로 요구했던 것이 인사권 문제다. 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정책지원 전문인력인 정책지원관 채용의 경우 정당 출신 등 의원들과 관계가 있는 인사가 채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럴 경우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의회 전문성 강화 취지도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림을 이르는 말이다. 어렵게 이룬 인사권 독립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체계를 구축해 주민 삶이 바뀌는 지방자치제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