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빛 가득한 스페인 (1)
석류 빛 가득한 스페인 (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1.1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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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독특한 모양의 바위산이 보이면 스페인에 다 닿은 것이다. 이 바위산은 헤라클레스의 전설을 가지고 있다. 헤라클레스가 열두 가지 난제를 풀기 위해 아틀라스산맥을 건너는 대신 산줄기를 없애 버려 대서양과 지중해가 생겨났고 그사이에 지브롤터 해협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 틈에 부서진 산의 한 부분이 지브롤터 바위산의 바위로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기에도 기둥이 그려져 있다.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배를 타고 유럽 땅에 오니 바다 사이의 두 땅 차이가 극명하게 달랐다. 스페인의 첫인상은 풍요의 땅이라는 느낌이다. 따사로운 햇볕과 푸른 들판에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어 봄을 연상하게 했다. 우거진 초록의 물결 속에 언덕마다 예쁜 모양의 집들이 있다. 지명 ‘그라나다’에서 알 수 있듯이 석류 빛 가득한 열정의 나라. 멀리 시에라네바다 산에는 설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세계사에 나오는 ‘에스파냐’가 스페인이다.

도착한 발렌시아 지방은 지중해의 바다가 펼쳐져 있고 오렌지 나무와 살구꽃이 하얗게 피어 있다. 발렌시아 오렌지는 주스용으로 신맛이 강하다. 도로 양옆에 오렌지밭과 자두꽃, 복숭아꽃도 보인다. 바다와 가까워서인지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발전기가 곳곳에 있고 하늘이 맑고 깨끗했다. 목화도 보이고 파에야가 유명한 것은 발렌시아 지방에 쌀이 나기 때문이다. 홍합을 넣은 해물볶음밥은 거의 우리나라 음식 같아 모두 잘 먹었다.

스페인 최고의 랜드마크인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로 갔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클래식 기타 연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인 낭만주의 음악의 꽃으로 신비로움과 서정적 선율의 애절함이 일품이어서 여행자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요즘은 검색하면 현빈이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 제목으로만 검색이 되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알람브라 궁전은 1238년 그리스도 교도들에게 쫓겨 그라나다로 온 무어인들에 의해 완성된 이슬람 왕국의 궁전이다. 스페인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의 무하마드 1세가 13세기 후반에 짓기 시작한 뒤 수없이 증·개축해 4% 남짓 남은 것을 복원해서 오늘의 모습이 되었다. 8백 년의 이슬람 도시는 짓밟히고 버려졌지만 차마 알람브라는 무너뜨릴 수 없어 이사벨 여왕에 의해 보존되다가 18세기에 버려진 후 19세기에 복원된 굉장히 오래된 성이고 사연도 많다.

알람브라가 파괴되지 않도록 이슬람 왕조는 항복하고 퇴각했다. 그라나다가 이사벨 여왕에게 함락될 때 무함마드 12세가 알람브라 궁전을 몇 번이나 다녀갔다는 속설이 있다. 그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스페인을 잃은 것은 아깝지 않지만, 알람브라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곳을 ‘무어인의 탄식’이라고도 한다. 아라비아어로 알람브라는 ‘붉은 성’이란 뜻으로 밖에서 보면 그냥 튼튼한 성채로만 보인다.

입구 매표소에는 사람들이 줄 서 있고 벽에 그려진 궁전지도 앞이 포토존이다. 길쭉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마치 조각상처럼 줄지어 있다. 여름 궁전인 헤네랄리페는 오렌지 나무와 기하학적 아라베스크 무늬와 아치, 회랑이 참 인상적이다. 또 정원 곳곳의 연못과 분수로 열기를 식히는 가습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조한 기후의 그라나다에서는 ‘물’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일로 1년 내내 곳곳으로 물이 흐르게 건축되었다. 수로에서 내뿜어 퍼지는 물살과 튕기는 물소리는 마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 선율처럼 들린다.

알람브라 궁전 안의 볼거리 중 하나는 카를로스 5세 궁전이다. 아름다운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로 알람브라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카를로스 5세의 묘소를 지나가면 알람브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자의 정원’이 나온다. ‘천국의 꽃나무’인 아라야네스가 예쁘다. 인도의 타지마할에 영감을 얻어 지었다더니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알람브라 궁전은 전체적으로 밖과 달리 안이 더 아름답다.

김윤경 여행 큐레이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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