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주유업계는 자성(自省)부터 해야
울산 주유업계는 자성(自省)부터 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6.0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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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 한 곳이 울산에 주유소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주유소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마트에 주유소가 건립되면 영세한 인근 주유소업계와 재래시장의 영세 상인이 도산하게 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유통업체가 매출의 대부분을 본사로 가져가기 때문에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돼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지난달 1일 구미에 대형마트 한 곳이 자기주입(셀프)주유소를 설치하자 인근 주유업계가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고 한다. 자가운전자들이 값 싼 휘발유를 찾아 몰려드는 바람에 1일 공급예정량이 수 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이 대형마트 주유소가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통업체는 유류판매로 이익을 얻기보다 고객유치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휘발유 단가가 주변 주유소와 1리터 당 1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만일 이런 대형 유통업체가 울산에도 주유소를 설치한다면 결과는 구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형 할인매장에 들렀다가 싼 기름까지 넣고 갈수 있으니 웬만한 자가 운전자들은 이 유통업체를 이용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지역 주유업계와 재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 주유업계가 이런 주유소 건립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울산 주유업계는 작금의 화(禍)를 자초했다. 지난해 말 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주유업계는 쾌재를 부르며 하루가 다르게 유가를 인상했다. 그것도 며칠 사이에 몇 십 원씩 인상을 거듭하다가 1리터당 2천원 대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국제유가 상승을 이유로 지역 휘발유 값이 널뛰기를 거듭했지만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부르는 값’을 꼬박꼬박 지불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휘발유 값의 일부는 주유소 자체의 폭리에 의한 것이었다. 반면에 유가 하락은 ‘굼벵이 제자리걸음’ 수준을 면치 못했다. 한 달 동안 떨어진 폭이 1~20원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불공정성을 파악해 파고 든 것이 바로 대형 유통업체의 주유소 건립이다. 진작부터 주유업계가 투명하고 현명한 대(對)시민 경영을 했더라면 지금의 우환(憂患)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지역 주유업계는 스스로 반성하고 자구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그것이 지자체에 조례안 제정을 요구하고 관계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 보다 먼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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