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왜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2.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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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많은 질병 가운데 하나가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 불안과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다. 특히 연예인들이 그렇다. 게다가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이유가 뭘까? 이는 외부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요구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혼자서 살아갈 수도 없다. 함께 나누고 이해하며 사랑해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유독 다른 사람과 충돌이 잦다면, 스스로 성찰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스스로 성숙할 수 있기에. 故 김수환 추기경은 “하느님도 당신을 사랑하시는데, 왜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우리의 눈은 한계가 있어 실제로 많은 것을 볼 수 없다. 또한, 우리의 뇌는 기억하고 있는 것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왜곡하고 조작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본 것, 우리가 경험한 것만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지금 주위에서 이런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용서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지만, 나의 말이나 행동으로 괴롭혀선 안 된다. 이기심에서 벗어나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진정 자유로워지며 평화를 되찾게 된다.

짧은 인생이지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상황과 마주하며 울고 웃고, 때로는 낙담하고, 때로는 희망을 찾는다. 그러나 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토양을 갖고자 마음의 밭을 잘 가꾼다면, 그 인내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오늘날 믿음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물질주의와 세속화 현상이라 했다. 물질주의와 세속화는 우리에게 좀 더 편하게 생활하라고 속삭인다. “지금 같은 시대에 뭘 그렇게 열심히 사니?”, “요즘 세상에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그러나 쉽고 편안한 길을 가기보다는 옳은 길로 갈 때 가장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인간은 나약함 때문에 유혹에 빠져 죄를 짓는다. 죄를 지으면 가슴 위에 돌덩이를 하나 올려놓은 듯 답답하고 고통스럽다. 나약함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죄를 짓지 않도록 영혼을 돌봐야 한다. 그러려면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순진하고 연약하기에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처럼. 이미 다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이기적인지 모른다. 서로 다른 사람의 다양한 표현을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며 판단하고, 때로는 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 방식만을 고집하고 이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고 그의 뜻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믿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믿는 것이다.

누군가를 대할 때 흔히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 입장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고 거친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면 상대방과의 관계는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메마르게 된다. 단비가 내려 다시 땅이 촉촉하게 젖듯,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쓸데없는 생각이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또는 나의 오해에서 비롯된 근심일 수도 있다. 이처럼 순간의 만족을 주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영원한 만족을 주는 곳에 집중하자.

우리는 살면서 “좀 더 잘 할걸!” 스스로 책망할 때가 많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쉽게 후회한다. 그리곤 외딴곳이 아닌 어두운 동굴로 숨어버린다. 자신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스스로 어두운 동굴에 꽁꽁 가둬버린다. 사람은 누구나 나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사소하게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비판하기도 하고,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죄를 지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를 회복하고자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바라보고 용서를 청한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어주듯, 부족하지만 내가 가진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기꺼이 나누며 살아가련다. 며칠 남지 않은 2021년 매듭달에 진정으로 나를 톺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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