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행정이 ‘울산 씨름’ 발목 잡아서야
엇박자 행정이 ‘울산 씨름’ 발목 잡아서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2.1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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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울산 씨름의 새로운 역사가 울주군에서 다시 시작됐다. 바로 ‘2021 울주장사씨름대회’의 막이 울주군민체육관에서 올랐다. 울산에서 10년 만에 개최되는 전국대회다.…(중략) … 울주군은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오던 모든 것을 해결해 선수들이 마음 놓고 실력을 쌓고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다른 지역 씨름선수단의 환경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만큼 좋은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며, 선수들의 숙소도 이미 울주군 삼남읍으로 확정했고, 훈련장은 울주체육공원 내에 조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씨름의 본고장이라는 자존심을 세우고, 그동안 멈췄던 명성을 다시 쌓기 위해 앞으로 1년에 1회 이상 씨름대회도 정례화하고, 전 국민이 울산하면 씨름을 떠올릴 수 있도록 대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선호 울주군수가 지난 7월 울산에서 열린 울주장사씨름대회 기간 중 지역 언론에 기고를 통해 울주군 실업 씨름팀 ‘해뜨미씨름단’ 운영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해뜨미씨름단’은 울산 동구가 운영해 오던 ‘돌고래씨름단’이 조선업 불황 등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2019년 존폐 위기에 직면하자 울산 씨름의 명성을 잇기 위해 울주군이 나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창단식 2021년 2월 5일)한 신생(?) 씨름단이다. 선수단을 그대로 이전한 말 그대로 구단주만 동구에서 울주군으로 바뀐 것으로, 내년 2월이면 창단 1년이 된다.

씨름단이 울주군으로의 이전 과정에서 지역의 고유성과 연계성 등을 고려해 울산시가 적극적인 중재가 큰 힘이 됐다. 선수단 운영을 위한 숙소 및 훈련장 건립 예산 일부를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송철호 시장은 지난해 9월 울산시와 동구, 울주군이 ‘울산 씨름의 전승·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는 씨름이 울주군의 협력에 힘입어 국민스포츠로 다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씨름의 저변 확대와 계승·발전을 위해 동구, 울주군과 협력하고 ‘해뜨미씨름단’ 선수들이 울산 씨름의 대표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선수단 숙소와 훈련장 건립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울주군이 숙소 및 훈련장 건립 예산의 절반인 20억원을 편성해 군의회에 제출했지만 의회가 전액 삭감한 때문이다.

의회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공유재산 취득 및 처분에 관한 계획을 사전에 의결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행정적인 절차상의 하자가 문제가 됐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울산시가 지원키로 한 20억원의 예산을 내년도 당초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송 시장이 1년 전 씨름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예산지원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이 어딨겠는가. 행정을 하는 과정에서 기관 간 엇박자도 있을 수 있다. 시는 내년 추경에서 사업비를 편성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업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지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씨름은 고구려 고분에 벽화가 나올 만큼 역사가 깊은 우리 고유의 운동이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단오·백중·한가위의 대표적인 민중놀이다. 울산에서도 수많은 장사가 배출될 정도로 역사와 뿌리가 깊다고 한다. 울산하면 씨름을 떠올릴 수 있는 스포츠로 육성되기를 기대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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