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
나눔의 행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2.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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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각자의 능력에 따라 소득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겠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좀 심한 것 같다. 조부모님이 열심히 일해 모은 재산을 상속받아 부를 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동산 투자나 투기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 신흥 부유층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11월) 15일 “5억 침대, 3천400만원 의자, 럭셔리 가구 ‘보복소비’ 바람”이란 제목의 국민일보 경제면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에 등장한 해스텐스(스웨덴 고급 매트리스브랜드) 제품인 ‘그랜드 비비더스’의 판매가가, 스웨덴 왕실에서 사용한다는 설명을 붙긴 해도, 국내에서 팔리는 침대 중에서 최고가인 5억원이라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현대리바트는 전 세계 왕실 등에서 쓰이는 이탈리아 고급가구 브랜드 ‘죠르제띠’를 들여왔는데 1천500만원대 1인용 의자가 가장 싼 편이고, 흔들의자는 3천400만, 식탁은 6천만, 책상은 8천만, 수납장은 1억 3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 꾸미기에 관심이 높아져 수천만원대 고급가구가 불티나게 팔리고, 해외여행을 못하는 데 따른 보복적 소비심리가 명품가구 소비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부터 11월 중순까지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가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7%나 급증했고, 롯데백화점 고급가구매장에서도 3천500만원짜리 소파, 320만원짜리 조명이 인기리에 팔리는 가운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64% 늘었으며, 누적 방문객 수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집값과 맞먹는 침대, 자동차 가격대의 의자, 웬만한 직장인 연봉과 맞먹는 가구들이 잘 팔린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월세도 잘 못 내며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허탈감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백화점에 가서 옷 사기가 부담스러운 서민이라 그런 고급가구를 둘 곳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지만,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넘어선 지 불과 50∼60년인데 그 정도 소비라도 할 만큼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코로나19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분들이 너무도 많다. 코로나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서고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들어오자 ‘위드 코로나’로 한숨을 돌리나 싶었던 소상공인들은 또다시 깊은 한숨에 빠져들고 있다. 

전 국민에게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오다가 쑥 들어갔는데, 선거일이 임박하면 또다시 그런 주장이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5억원짜리 침대에 자고 6천만원짜리 식탁에서 밥 먹는 사람에게 재난지원금 몇십만 원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선별 지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서민들에게는 패딩 점퍼 하나가 아쉬운 겨울철이다. 사랑의 종소리가 울리는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주변을 돌아보고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돈이 많은 부자들은 5억짜리 침대를 들여놓고 잘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잠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 그들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나누는 것이 어떻겠는가. 나눔에는 부자나 서민이나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나눔으로 기쁨을 맛보고 나누는 마음에 행복이 찾아온다.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레위기 19장 10절) 형편이 나은 사람들은 제 이익만 챙기지 말고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고 베풀고 살라는 말씀이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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