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사소한 무관심이 큰 사고로 이어져
[안전파수꾼]사소한 무관심이 큰 사고로 이어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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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말이 있다. 사소한 잘못을 반복해 저지르면 나중에 큰 사고를 친다는 뜻으로, 큰 사고도 인간의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안전문화 수준도 많은 발전을 이루어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으나 교통안전 수준은 아직도 많이 낙후되어 있다. 그 원인은 사소한 반칙이나 잘못에 무관심하고 너그러이 용납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1969년 스탠포드대학교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으로부터 정립된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있다. 이 이론은 사소한 차이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조그만 노력이 큰 변화를 만들 수도 있고, 사소한 실수 또는 무관심이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시는 가히 범죄 천국이었고, 특히 뉴욕 지하철은 각종 범죄의 온상이었다. 1994년 시장으로 부임한 루돌프 줄리아니는 지하철의 낙서 제거 작업부터 한다. 그리고 경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기 시작한다. “강력범죄는 엄두도 못 내고 하잘것없는 짓거리니 한다”는 빈정거림이 빗발쳤으나, 뚝심으로 밀어붙인다. 그 결과 90일 후 범죄가 감소하기 시작해서 3년 후 뉴욕의 범죄는 80%가 줄어든다. 경범죄도 강력처벌하듯 어떤 범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심어준 결과다.

최근 109년 만에 타이타닉호의 충격적인 침몰원인이 밝혀졌다. 타이타닉호의 유품 경매에 등장한 망원경 보관함 열쇠는 고가에 낙찰된다. 상태가 매우 양호한 이 열쇠는 침몰 당시 타이타닉호에 있었던 게 아니었다. 항해사 데이비드 블레어는 타이타닉호에 승선할 예정이던 후임 항해사에게 망원경 보관함 열쇠를 건네지 않고 실수로 본인이 보관한다. 결국 타이타닉호 망원경은 열쇠가 없어서 보관함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어진 생존자 선원의 증언에 따르면 빙산을 망원경 없이 육안으로만 감시했던 것이다. 결국 ‘이 배는 가라앉지 않는다’는 집단적 자만심으로 만일의 사고 대비에 소홀했다. 그 결과 승객 2천200여명 중 1천514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당한다. 결국 한 사람의 작은 실수와 집단적 자만심이 큰 사고의 원인이었다.

1990년 6월 영국을 떠나 스페인 말라카로 향하던 BA5390 항공기는 승객 81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한 후 13분 만에 조종석 앞 유리가 뜯겨 나가는 큰 사고를 당하지만 간신히 추락은 면한다. 사고원인은 규격품보다 0.66mm 차이 나는 잘못된 볼트를 혼용한 때문이었다. 즉 부품 서랍에 라벨이 부착되지 않아 작업자가 감으로 부품을 선별하여 조립했던 것이다. 사람의 실수와 부품관리 체계 미흡의 합작품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정품이라고 사용한 볼트의 규격도 사실 틀린 것이었는데 관행적으로 인정한 어처구니없는 경우였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995년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참사는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불법의 연속이었다. 사고 전에 이미 수많은 경고와 전조증상이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한 안전불감증의 대표적 사례였다. 낙후된 교통안전은 또 어떤가? 이미 오토바이의 무질서한 질주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스쿨존 사고는 여전하며, 차선을 지키지 않거나 방향지시등 없이 끼어드는 등의 사소한 교통안전 반칙이 많은데 이것 역시 우리 사회의 무관심, 온정주의와 무관치 않다. 이렇듯 사소한 반칙에 관대하면 선진 교통안전 문화의 정착은 요원하다.

실수는 인간의 고질병인가? 인간은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 그래서 실수를 줄이고자 경보장치, 보호설비 등 기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 훈련, 매뉴얼 등 대비책을 강구한다. 그럼에도 세상은 복잡하게 얽혀있어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소한 문제나 잘못은 도처에 널려있다. 사소한 잘못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무관심과 안이함을 버리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는 교통안전 등 사소한 반칙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를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반대로 사소하다고 무시하고 자만에 빠지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다 함께 분발이 필요하다.

고경수 NCN 운영위원, 前 삼성비피화학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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