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이제 그만!”
“그린워싱, 이제 그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2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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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의 속마음을 아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뜻의 속담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속마음과 목적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좋게 꾸미는 것은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수준이 너무 지나쳐 속이는 수준이 아니라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이 사람들에게 확실히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이야기하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는 ‘RE100 선언’을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대규모 투자사들은 기업의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담은 ‘ESG 지표’를 투자의 주요 지표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다. 수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기후-환경문제에 대한 경고 수준 단계에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어떨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늦은 만큼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빠른 속도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반갑지 않은 행위들이 진행되는 것도 볼 수 있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했던 ‘그린워싱’이 대표적이다. ‘그린워싱’은 과실이나 결점 등을 감추기 위한 겉꾸밈을 의미하는 ‘화이트워시(whitewash)’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을 결합한 단어다. 즉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허위·과장 광고나 홍보수단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 또는 ‘친환경 위장술’을 의미한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기업 ‘테라초이스’는 2010년 ‘그린워싱’을 7가지로 구분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친환경적 특정 속성만 강조해 다른 속성의 영향은 감추는 ‘상충효과 감추기’, △근거 없이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증거 불충분’, △광범위하거나 오해를 살만한 용어를 사용하는 ‘애매모호한 주장’, △내용물은 친환경과 무관한데 용기가 재활용된다는 이유로 ‘친환경 제품’이라고 표기하는 ‘관련성 없는 주장’, △환경적이지 않지만 다른 제품보다 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유해상품 정당화’, △거짓 광고를 하는 ‘거짓말’, △친환경 제품 인증을 받은 상품처럼 위장하는 ‘부적절한 인증라벨’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는 폭스바겐 차량의 디젤게이트가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는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지만 배기가스 검사에서 기준을 만족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이다.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은 조작으로 감추고, 휘발유 차량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을 내세워 ‘클린디젤’이라는 용어로 광고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유리한 연비와 상대적으로 적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려해 그 차량들을 구매·이용하면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개선에 일정 부분 이바지한다고 생각했지만, 결론은 대기오염 심화로 이어졌다.

이 밖에 어느 커피 판매 회사에서는 지구를 생각하는 ‘1회용품 퇴출’을 위해 매장에서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품질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이 컵은 대부분 플라스틱 폐기물이 되고 말았다. 1회용 종이컵을 줄이자는 목적이었지만 환경적으로 더 좋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양산한 셈이다.

기후·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보호를 소비활동의 주요 요소로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그만큼 그린워싱 행위도 늘고 있다. 그린워싱은 나쁘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의를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결국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그린워싱 행위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과장·허위 홍보에 대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고, 그린워싱으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것보다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것이 더 쉽다. 환경을 강조하는 광고·행사·제품을 한 번쯤은 의심하고 판단하면서, 그린워싱이 명확한 것들은 소비활동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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