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月亭(월·월·정)’ 유감
‘月月亭(월·월·정)’ 유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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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 사람, 같이 못 놀겠네.” 근자에 올라온 글(2021.11.26. 사설)을 봤다는 ‘명 회장’이 파안대소하며 보인 반응이다. 이른바 ‘견식문화(犬食文化)’ 문제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주장의 글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럴 때도 됐다. 사시(斜視)를 가진 일부 서구인이 보기에는 야만스럽기 짝이 없을 수도 있는 K-전통문화의 한 조각을 끄집어내 모질게 두들겨 패든지, 따뜻이 감싸안든지, 그 뒤끝은 여론배심원의 판정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여태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른 지 30년이 넘었을 터인데도 테이프라도 감았는지 아직 누구 하나 입도 벙긋 못하는 판이다. 어느 재담꾼의 농담마따나 돌아가는 판이 ‘도그 테이블(dog table)’ 같은지도 모른다.

한번은 이따금 출퇴근 길에 마주치는 어느 건물의 세로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 꾼들의 대화방 한 곳에 올렸다. 한데 결과는 싱거웠다. 1분도 채 안 돼 정답을 맞힌 것. 사설에서도 슬쩍 인용했던 <月月亭(월월정)>이란 이름의 간판. 도대체 뭘 보고 금방 알아맞혔을까? 풀이는 두 가지로 좁혀졌다.

나중에 시야를 좁혀 보아서 안 일이지만, 하나는 첫 ‘月’자 바로 위에 그려진 작은 동물 그림이 말하자면 ‘꿀팁’이었다. 다른 하나는 ‘월·월’을 의성어(擬聲語)로 넘겨짚으면 즉시 풀릴 일이었다. 요새 젊은이들이야 처음 듣는 소리일지 몰라도 오륙십대 그 이상의 장·노년층이라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질 일이다. ‘월∼월∼’은 그 동물 즉 집짐승(家畜)이 짖을 때 나는 바로 그 소리다. 그 녀석을 부를 때 나는 소리가 그래서 ‘워∼리, 워리’가 아니던가.

그 녀석의 이름은 관심만큼이나 가짓수도 많은 편이었다. 한 번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멍멍이, ‘도꾸(←dog)’, 강아지, 황구(黃狗), 누렁이, 우리 집 똘똘이‘…. 모두 견공(犬公=개)을 일컫는 낱말들이다. 하지만 순우리말 ‘개’는 언젠가는 ‘애견(愛犬)’, ‘애완견(愛玩犬)’이란 낱말처럼 ‘금기어(禁忌語) 목록’에 등재될지도 모를 일이다. ‘반려견(伴侶犬)’, ‘반려동물’이란 표현이 워낙 대세를 이루는 시절이니까.

이 집짐승의 고기(‘개고기’)를 식재료로 삼는 음식 이름도 제법 몇 가지는 족히 되지 싶다. 개장국, 보신탕(補身湯), 지양탕( 地羊湯) 따위가 그것. 북한이나 중국 조선족 사회에선 ‘단고기’로도 통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농촌진흥청에서 이 음식을 ‘전통향토음식’으로 분류해 그 재료와 조리방법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놓은 사실이다. <1. 끓는 물에 개고기를 살짝 삶아 내고 국물은 버린다. 2. 냄비에 개고기를 넣고 물을 부어 살과 뼈가 분리될 때까지 푹 삶는다.…> 아홉 가지나 되는 조리순서 뒤끝에는 ‘참고사항’도 있다. ‘먹을 때 기호에 맞게 깻잎, 고추, 들깻가루를 넣는다.’

이 수선한 시절에 배짱 하나 두둑하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만 것. ‘리얼미터’가 지난 11월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개고기 식용 금지 법제화’에 대한 뜻을 물은 결과가 그랬다. 응답자의 48.9%가 ‘개고기 식용 금지’를 반대했고 ‘찬성한다’, ‘잘 모르겠다’는 38.6%, 12.6%에 그쳤다.

어쨌거나 정부는 11월 25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렸다. ‘개 식용 문제 논의 위원회’를 새로 만들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위원회는 업계 실태를 꼼꼼히 조사하는 한편 내년 4월까지 가동할 사회적 논의기구를 따로 만든다. 앞으로 ‘멍 회장’과 같이 놀 수 있을지 말지는 아무래도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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