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산 근린공원’은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
‘우가산 근린공원’은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0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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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도심공원과 도시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각한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녹색 힐링에 젖어 들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날마다 집 근처 명소를 찾아다니며 녹색 힐링이 주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필자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 왔다. ‘울산광역시 2035 공원녹지 기본계획’에 ‘우가산 근린공원 지정 해제’ 건이 반영됐다는 소식이었다. 근린공원 지정이 해제된다면 개발이 이뤄질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우가산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우가포 마을 뒤에 있는 해발 174m의 나지막한 산이다. 높이는 낮아도 산자락이 바다로 바로 이어져 사방이 두루 잘 보이는 바람에 아름다운 절경의 동해 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우가산 정상에는 울산시 기념물 제13호 ‘유포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봉수대(烽燧臺)’란 변방의 긴급한 상황을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가까운 봉수대에 알리던 군사통신 수단의 하나였다.

우가산의 유포봉수대는 동해안 연변봉수(沿邊烽燧=조선 시대, 변경의 제일선에 설치한 봉수대) 가운데 하나로, 남쪽으로 주전의 남목천 봉수대, 북쪽으로 양남의 하서지 봉수대와 교신하던 울산의 마지막 연락지점이었다. 또 이곳에는 방호벽과 봉수군 막사 터 등이 잘 남아 있어 우리나라 연변봉수대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우가산에는 이밖에도 1만 평 남짓한 ‘어린이 자연학습원’도 들어서 있다. 자연학습장과 장미원, 수목원, 생태습지로 이뤄져 지난 20여 년간 북구와 동구 지역 어린이들이 자연을 체험하고 학습해 오던 요긴한 장소이기도 하다.

필자는 강동동에서 산 지가 23년이나 되다 보니 지역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많다. 그러나 울산시가 2035년을 내다보는 공원녹지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행정절차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는 매우 소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온라인 공청회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있었을 터인데도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한 관계 공무원들의 자세에는 실망감이 크다.

많은 전문가가 미래는 문화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을 두고 세계인이 열광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그런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됐다. 그 어떤 것도 문화의 힘만큼 크지 못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강국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지역에 산재한 역사·문화 시설을 제대로 보존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에도 문화의 힘으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염원했다. 하지만 문화강국(文化强國)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더욱이, 행정의 무관심이나 홀대 속에서 문화의 꽃을 피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가산은 지역 문화와 역사의 중심이자 녹색 허브다. 그러므로 이곳을 하루빨리 공원으로 꾸며 지역 특화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울산 관광산업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문화도시 울산’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드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울산시는 지금이라도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가산 근린공원 해제 시도를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역사와 문화를 도외시하면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가 없다. 우가산 근린공원이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 주어야 할 문화유산이자 문화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면서 울산시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엄기윤 (울산시 북구 강동동 주민자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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