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대로 가도 문제없나?
탄소중립, 이대로 가도 문제없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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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예측불허다. 최근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고온 및 폭우의 발생으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올해 유럽은 독일과 벨기에 등에서 천 년만의 기록적 폭우로 사상자가 200명 이상 발생했고, 영국 런던은 사상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북미는 열돔 현상으로 캐나다, 미국 등에서 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폭염이 지속되면서 미국 서부지역은 산불 확산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한편 아시아에선 중국 허난성 폭우로 지하철 승객 수십명이 사망했고,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수십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한파 등으로 사회적,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심각하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기상재해로 194명의 인명피해와 약 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피해와 복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약 12조에 이른다. 올해도 예사롭지가 않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장기적 과제가 아니라 당장의 시급한 현안이다. 이젠 더욱 구체적이고 신속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 도달했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답은 명확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2015년 약 6억9천만t에서 2018년에는 7억3천만t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울산의 경우도 2012년에 4천600만t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최근까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 이유를 단정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업계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으나, 기존 사업의 확장이나 신사업 진출에 따른 공장 증설 및 신설이 계속 이뤄지는 영향이 아닌지 유추될 뿐이다. 2018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세계 11위, 배출 비중은 1.51% 수준이다. 또한, 역사적 책임의 척도인 누적배출량 역시 세계 13번째 책임에 이를 정도로 막중하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석유화학은 생산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주력 수출산업이다. 하지만 EU는 2023년부터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분야를 대상으로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예정이라 탈(脫)탄소 노력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수출이 어려워져 산업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 석유화학은 석유를 원료와 연료로 이용하는 산업 특성상 불가피하게 CO2(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2018년 배출량은 7천100만t으로 산업 부문의 18%, 국가 전체의 6.4%를 점유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 소재 원료 확보를 위해 약 2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후에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유럽, 미국 등 글로벌 화학기업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료 대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효율 향상,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제품 재활용 등 다양한 감축 수단을 실행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제로화’ 흐름에 동참하는 나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내놓은 정책들이 실현 가능한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일단 ‘내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이게 온당한가? 절대 달성할 수도 없는 정책에 장단 맞춰 춤출 수는 없다. 그만큼 탄소중립은 우리에게도, 후손들에게도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는 이산화탄소를 다른 원료 물질이나 에너지로 바꾸거나(CCU), 땅속에 깊이 묻어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CCS)을 말한다.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70년께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분의 15%는 CCUS 기술이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울산은 과연 탄소중립 정책에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는 우리의 행복한 미래 삶, 나아가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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