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우리 다 죽어!”
“이러다 우리 다 죽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27 2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인간의 탐욕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어릴 적 아이들이 빈터에서 흔하게 즐기던 놀이와 함께 인기의 중심에 있다. 등장인물의 한 사람인 001번 오일남은 이렇게 절규한다. “제발, 그만해. 나 너무 무서워.…이러다가는 다 죽어!”

지난번 기고문에서 언급했듯이, 최근의 연구들은 모두 기후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인류가 살아남을 ‘기온상승 한계치’(산업혁명 전보다 1.5℃ 오른 기온)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되었다. 130개가 넘는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선진국은 2040년대를 탄소중립 목표연도로 정했고, 우리나라와 대부분의 국가는 2050년을 목표연도로 정했다. 특히 일부 국가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법에 정부의 의무사항으로 명시해 탄소중립 의지를 굳혀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2050년 탄소중립’을 정부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내년 3월 시행될 이 법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보다 35% 이상 줄이는 의무도 정부에 부과했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현재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도보다 40%를 줄이는 방안이 확정, 발표되기도 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는 조건이 있다. 사회·경제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적 변화가 필요하고, 그 속도는 급진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인류를 비롯한 다양한 생태계의 보존, 사회·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도전의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이행하는 한편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들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작성 과정과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결정 과정을 보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아직도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경제성 논리와 산업경쟁력 등을 내세우며 온실가스 감축 할당목표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목소리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반대로 묻고 싶다. 과거부터 계속 온실가스를 줄였어도 지금의 할당량이 과도한 것인지….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은 자사 제품 생산이나 기업활동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전량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RE100 선언’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1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요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것이 가능한 협력사를 찾는다.

그리고 EU와 미국은 ‘기후정의’를 내세우며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관세, 즉 ‘탄소국경세(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금의 온실가스 목표 할당량이 과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도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을 미룰 시간이 없어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소비와 투자 활동에 환경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그린워싱’(Greenwashing=경제적 이익을 위해 상품의 친환경적 특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며 광고·포장하는 행위) 현상도 덩달아 늘고 있다. 소비자나 투자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행해지는 그린워싱은 기후와 환경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고, 그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비상체제를 가동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강도 높게 실현해야만 한다. 계산기를 두들기며 행동을 미룰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려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 무섭다. “이러다 우리 다 죽어!”라는 오징어 게임의 대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 박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