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나라, 모로코 ②
영화의 나라, 모로코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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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원래 주인은 가축을 기르고 유목을 하는 베르베르족이다. 700년 초 아랍 군대가 들어와 왕국을 세우고 이슬람교를 전하면서 문화가 뒤섞이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 프랑스 축구선수 겸 감독인 지단이 바로 베르베르족 출신이다. ‘늑대의 눈’이라는 책에 이 종족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베스트 여행지 TOP 10’에 늘 선정되는 마라케시는 모로코에서 가장 큰 도시다. 오랜 역사를 가진 곳으로, 흙의 색깔도 그렇지만 도시를 둘러싼 성벽, 모스크 등의 건축물이 모두 흙벽돌을 쌓고 회반죽을 입혀 황토색이나 적갈색을 띠는 붉은 도시이다. 강한 열사를 막기 위한 두꺼운 벽과 비가 적게 내려 평평한 지붕의 집들이 그늘을 만드는 좁은 골목을 이루고 있다.

또 고개를 돌려 보면 해발 4천 미터의 아틀라스 설산이 둘러쳐져 있다. 아래에는 봄이 연상되는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양과 소 떼가 많이 보인다. 흰 구름이 뭉게뭉게 걸려 있는 벌판에 버려진 마을이 나타나기도 하고, 손바닥 선인장이 울타리를 이루는가 하면 모래 평원에 야자수만 있는 광경이 끝없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틀 동안 폭우가 내렸는데, 얼마나 비가 안 왔는지 몇십 년 만에 하천에 물 내려가는 모습을 구경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차창 밖에는 키 작은 나무가 가로수처럼 줄지어 있는데 ‘철의 나무’라는 뜻의 아르간 나무다. 생명력이 강하고 나뭇잎에 작고 짧은 가시가 나 있다. 염소들이 잎과 열매를 따 먹느라 나무 위에 올라가는 희귀한 장면도 보인다. 이 지방에만 서식하는 희귀종 아르간 나무의 열매로 만든 아르간 오일이 유명하다.

마라케시 관광이 시작되는 제마엘프나 광장에 내리니 추웠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볼거리의 천국 구시가지 메디나는 마차를 타고 다녔다. 수천 마리의 비둘기가 모스크 위를 날아다녔다. 구시가지와 새로운 도시가 섞이고, 아주 화려한 모습과 서민들의 가난한 생활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미로 같은 마라케시 재래시장 입구에서 여기서만 유통되는 돈으로 바꾸어 시장으로 들어갔다. 아랍 건축술의 백미라고 할 만한 뛰어난 건축물과 중세 도시의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사막에서 둘둘 말아 눈만 내놓고 가릴 큰 스카프를 샀다. 짙은 보라색에 검은색이 있는 스카프였다. 물건이 많아서 가게가 아니라 창고 같았다.

액세서리 종류도 많이 파는데 직접 망치로 두들겨 만든다. 상인이 ‘저팬이냐’고 묻길래 ‘코리안’이라고 하니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깎아준다. 그래서 싸게 산 줄 알았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보니 싼 편은 아니었다. 마라케시는 바가지요금이 심하다. 귀걸이를 보면 그때가 떠오른다. 여행지에서 싼 물건들은 기억을 소환하는 데 도움이 되어 작은 것들을 사곤 한다.

모로코의 겨울에 마라케시와 그 이남 지역은 낮에는 여행하기 좋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매우 춥다. 하이 아틀라스 지역과 다른 산맥 지역은 겨울에 눈이 내려 길이 막힌다. 아틀라스산맥은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처치한 후 아틀라스 옆을 지나가다 그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보여 돌이 되게 했고, 그 후 아틀라스산맥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아틀라스산맥을 넘다가 고갯마루에서 양 갈비를 먹었다. 양파, 당근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바로 불에 구워서인지 맛있는 냄새와 연기가 진동했다. 내 얼굴보다 큰 둥근 빵과 양 갈비, 허브차를 내주었다. 이전에 먹어 본 사람들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안 먹으려고 하더니 맛있다는 소리에 먹고는 극찬을 했다. 여행지에서의 체험은 선입견을 버리고 어떻게든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4시간 남짓 걸려 사하라의 관문 ‘아이트 벤 하두’에 도착했다. 베르베르족의 오래된 성채인 아이트 벤 하두는 과거의 군사 요충지다. 클레오파트라, 알렉산더, 글래디에이터, 인디아나 존스, 미이라 등 많은 대작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히잡을 쓰고 모래 성채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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