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이 없다면? 동네서점에서 바로 빌리세요
읽고 싶은 책이 없다면? 동네서점에서 바로 빌리세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0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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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구립도서관은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된 이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휴관과 단축·부분 운영 등의 상황에서도 비대면 도서대출 서비스와 ‘앉아서 떠나는 역사기행’, ‘주제별 글쓰기 특강’ 등 다양한 화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전체 울산 공공도서관의 지난해 1일 평균 대출 권수가 전년도보다 30%나 줄어든 데 비해 남구 구립도서관은 2020년에도 2019년의 93.8%에 달하는 도서대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도서관이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넘어 이용자를 독서·소통의 장으로 끌어내는 곳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고 고심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염두에 둔 일이 ‘도서관에 없는 책을 비치희망 도서로 신청해서 대출받기까지 30~50일이나 걸리는 문제’와 ‘지역 서점의 폐점 사례 증가’였다. 울산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바로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청한 책을 서점에서 바로 대출받을 수 있어서 처리 기간이 2~3일로 줄어든다.

구립도서관 회원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바로대출을 신청해 승인문자를 받은 후, 회원증을 갖고 동네서점을 방문하면 책값을 내지 않고 대출받을 수 있다. 한 사람이 1회 2권을 빌릴 수 있고, 한 달 동안 최다 4권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도서관이 구입 중이거나 정리 중인 자료, 종교 관련 서적, 개인 학습서, 전집류 등은 신청이 제한된다.

부산, 여수 등지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이 서비스를 울산에서는 최초로 시도한 것이어서 처음엔 ‘맨땅에 헤딩’ 하는 것처럼 막막했다. 그래서 다른 지역 사례를 조사하고 사서들과도 많은 의견을 나눴다. 바로대출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부딪친 난관은 함께 참여할 지역 서점들을 찾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 주변에 널렸던 그 수많은 서점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해서 신정동과 공업탑 등 과거에 서점이 융성했던 지역에서부터 옥동, 무거동 등 학생들의 서적 구매 수요가 새롭게 많이 늘어나는 곳까지 여러 서점을 찾아다니며 동네서점 바로대출 사업을 설명했다.

우리의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지역 서점 19곳이 흔쾌히 동참했고, 울산 남구의 지역 서점 대표들과는 믿음과 지지가 바탕이 된 협약도 약속했다. 이후 조례 개정, 예산 확보, 시스템 구축, 협약식을 거친 덕분에 남구 4개 구립도서관 회원들은 협약서점 어디서든지 책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서비스가 시작된 9월부터 바로대출 신청이 하루 10건 이상 들어오고 있고 이용자도 꾸준히 느는 중이다.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를 시작하던 9월 초, 뉴스에서 1996년에 개점해 25년 동안 서울시민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불광문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봤다. 서점이 문화의 중심이었던 시절의 불광문고를 떠올리면 그곳이 문을 닫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문고가 폐점하는 날, 많은 사람이 과거를 추억하며 책을 고르고 계산대 앞에 긴 줄을 만들었다. 온라인서점의 각광 속에 우리 어린 시절 꿈의 놀이터였던 지역 서점이 사라지는 현장을 배웅하던 사람들의 뒷모습에 마음이 울컥했다.

책을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서점이나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이나 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을까.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 등에 밀려나는 지역 서점과 그것을 그리워하는 이용자들에게 우리 남구 구립도서관은 작지만 단단한 징검다리가 되어주고자 한다.

쉽게 건널 수 없는 물길에 한 걸음씩 발을 디디며 건널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처럼 남구의 지역 서점과 구립도서관은 책으로 사람과 사람을, 과거와 미래를, 지역과 세상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새로운 희망의 징검다리도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박세정 울산남구 도서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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