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매력자본을 갖춘 어른의 역할
팔색조 매력자본을 갖춘 어른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3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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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을 만나면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동안(童顔)이라 불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운동하면서 외모를 가꾸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의료기술과 영양가 있는 음식물도 한몫 거든다. 지금은 70세 노인을 신중년(新中年)이라 한다. 하지만 말로만 중년, 장년이면 무엇 하나. 그에 걸맞은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야말로 멋지게 나이 들어야 한다. 그것은 외적인 요소보다는 내적인 잠재력에서 우러나온다. 누구나 저절로 될 수는 없다.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유일한 4선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의 영부인 엘리노어 여사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그녀는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어느 누구도 쉽게 빚을 수 없는 예술작품”이라고 했다. 어찌하면 좋을까? 영국 정치경제대학교 캐서린 하킴 교수가 발표한 매력자본(魅力資本, Erotic Capital)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녀가 말한 매력은 잘 생긴 외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유머 감각과 활력, 세련미,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기술 등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멋진 태도나 기술을 말한다. 이런 멋진 태도나 기술은 나이가 든다고 쇠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아진다. 그것이 바로 경륜(經輪)이고, 나이 듦의 지혜와 여유다. 한마디로 매력이 능력이고 경쟁력이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어떻게 행동하면 팔색조 매력자본을 갖춘 멋쟁이 노신사가 될 수 있을까. 그다지 어려워 보이진 않으나 실상 성취하기는 녹록지 않다.

△첫째, 얼굴에서 웃는 모습이 떠나지 않아야 한다. 늘 웃는 얼굴을 하자. 아니면 일부러라도 웃어라. 나이 들어서 웃는 얼굴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지하철 경로석에 앉은 노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거의 모든 노인의 인상이 찌푸려져 있다.

△둘째,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져라.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가르치려 하지 마라. 나이 들어 세상사에 불평불만이 많은 것처럼 보기 흉한 것도 없다.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하더라도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웬만한 일은 모두 양보하고 웃으며 넘겨 버려라. 그래야 멋지고 매력적인 노신사의 자격이 있다.

△셋째, 품격(品格)을 지켜라.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매우 긴요하지 않으면 가급적 삼가라.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는 일이 나이 든 사람의 특권이 아니듯. 음식도 적당히 깔끔하게 먹고, 음주 후에도 중언부언(重言復言)을 삼가며 몸가짐을 흩트리지 말라. 노인이라고 다 똑같은 노인이 아니다. 그러니 시기적절한 유행을 외면하지 마라.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고 옷차림도 더 가꿔야 한다. 그리되면 인생의 품격이 자연스럽게 함께 드러난다.

△넷째, 자신의 마음 마당을 항상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향유(享有)하라. 세상을 선한 눈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더더욱 좋겠다. 삶을 관조(觀照)하면 그대와 나 모두가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고 표정이 따뜻해진다. 언어가 따사로워지면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섬김과 나눔, 겸손과 온유로 대하자.

△다섯째, 오늘 하루를 만끽하며 살자. 특히 “라떼는 말이야” 혹은 “이 나이에”를 하지 마라. 그리고 미래도 걱정하지 말라. 슬픈 말이긴 하지만, 노인에겐 미래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자. 최선을 다하여 오늘 하루를 즐기자. 그래야 멋져 보인다. 오늘이라는 현재에 최고로 충실하자. 멋지게 나이 드신 노인의 특징은 강건한 육체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잘한다. 부정적인 것을 빨리 지워버리고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순리대로 받아들인다. 내려놓고 비울수록 훨씬 더 매력적이고 중후한 멋을 풍긴다.

작금의 시대엔 자존감이 위협받고 있는 집단적 불안이 팽배해있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존엄이 흔들리고 있다. 개인의 존엄과 사회의 존엄은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구조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럴수록 절대로 사회공동체 중심축이 흔들리면 안 된다. 그래서 팔색조 매력자본을 갖춘 어르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나도 그렇게 늙고 싶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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