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케, 무티 메르켈”(Danke, Mutti Merkel!)
“당케, 무티 메르켈”(Danke, Mutti Merkel!)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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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의 장기 집권. 선거와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대 국가체제에서 단순히 이 숫자만 보면 가능한 일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선입견이고 편견일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도 아무리 잘해도 4년 중임, 고작 8년이 재임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제와 달리 의원내각제라면 불가능한 수치도 아니다. 하지만, 의원내각제 국가라도 한 사람이 16년간 총리를 연임하면서 장기 집권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웃 나라 일본의 아베도 총리를 네 번 역임했지만, 선거 참패 등으로 사퇴와 복귀를 거듭하면서 총 재임 기간은 8년에 불과했다.

16년 장기 집권의 주인공은 최근 총리직에서 물러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다. 메르켈은 박수받고 떠나는 지도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의 정점이었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늘 뒤끝이 좋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보면 참으로 부러운 면면이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은 물론 전 세계의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8월, 독일 공영방송 ARD의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의 75%가 메르켈을 좋은 총리라고 답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절대적인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 메르켈의 자리를 이어받는 누군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만큼, 메르켈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메르켈 이전에 독일을 이끌었던 총리는 대부분 서독 출신 남성 법조인이거나 정치 명문가 출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메르켈은 동독 출신 과학자였다. 연구에 몰두하던 과학자가 정치에 발을 들였을 때, 메르켈이 이렇게 큰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메르켈 자신조차도 앞날을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고,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 독일을 이끄는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강한 리더십도 메르켈을 이끈 동력이었지만, 무엇보다 실력이 그를 장수 총리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ARD 여론조사에서도 독일 국민은 메르켈의 실력을 그의 장점이라고 첫손에 꼽았다. 메르켈이 재임하는 16년간 독일도 안팎의 많은 고난과 시련에 시달렸다. 브렉시트와 금융위기는 물론 최근의 코로나 사태도 메르켈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메르켈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고, 강한 리더십으로 독일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메르켈은 무엇보다, 독일이 더 나은 지구촌의 삶에 기여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히틀러로 상징되던 전범 국가 독일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일부의 거센 반대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등지의 대규모 난민을 받아들인 것은 메르켈이기에 할 수 있었던 파격적이고 전격적인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옳은 일이고 미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 머뭇거림 없이 밀어붙이는 강단이 메르켈을 16년간 총리로 재임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무티(Mutti)’라는 엄마 리더십이 더해지면서 한층 더 섬세하고 안정적으로 독일을 이끌 수 있었다. 반대편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와 설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독일을 넘어 세상을 바꾼 여자’라는 극찬을 받은 메르켈은 영원한 앙숙 관계인 프랑스 국민조차 그녀를 신임하게 만들었다. 퓨 리서치센터가 프랑스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가 독일의 메르켈을 신뢰한다고 답변할 정도였다. 메르켈 이후를 걱정하는 독일 국민도 없지 않겠지만, 그가 쌓은 업적과 성과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뛰어난 여성 정치인과 지도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금남의 영역이니 금녀의 영역이니 하는 제약과 제한이 허물어지면서 양성평등 문화가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우리도 메르켈 같은 좋은 여성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총리에서 시민으로 돌아간 메르켈 전 총리에게 이역만리 떨어진 대한민국의 한 시민이 존경을 마음을 담아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다. 앙겔라 메르켈, 수고하셨습니다. “당케, 무티 메르켈(Danke, Mutti Merkel!)”.

안수일 울산광역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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