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칼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당당한 삶
[명사 칼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당당한 삶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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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 라즈니쉬의 우화 중에 ‘모든 것이 충족되었을 때 지옥이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한 스승은 언제나 “내가 제자들을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를 굳게 믿었던 제자 둘은 스승이 마침내 죽자 스승의 말을 믿고 따라 죽었다. 그들은 모든 것이 충족되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갖 것을 누리며 편안하게 살았다. 필요한 것은 말만 하면 모두 가질 수 있는 곳에서,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료함을 느끼고 지옥의 모습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천국에 있기에 지옥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 얼마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을 인도했던 안내인에게 “지옥의 모습을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안내인은 제자들에게 “당신들이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말한다.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천국이 아니고 지옥”이라는 이 우화는 가장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시기에 내게 큰 힘이 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야기 하나가 인생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면 반드시 성공하고, 다른 사람보다 무조건 더 노력해야만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고 남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면 더 나은 삶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문학과 철학에 관련된 책 읽기를 좋아한다. 어쩌면 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문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독서와 명상은 고단한 생활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관련된다. 역사, 철학, 문학 등 인문학의 보고(報告)가 독서다. 책 속에 지식과 정보가 담겨 있다. 명상 방법 중에 ‘멍때리기’가 있다. 가장 좋은 명상이 이 멍때리기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거다. 천천히 걸으며 그동안 놓쳤던 소리를 듣고, 놓쳐왔던 것들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가장 고요할 때 들리는 소리를 듣고 보이는 것을 볼 때, 섬광처럼 해법이 번쩍 나타난다. 물론, 그전에 많은 고민과 고뇌가 필요하다.

젊은 날 많은 실수를 한다. 그리고 실패도 한다. 작은 실수들이 모여 큰 실패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작은 성공들이 모여 나중에 큰 성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렇듯 살아 있는 동안은 진행형이다. 실수를 숨기거나 간과했을 때 더 많은 실패를 겪게 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회사라는 엔론도 무리한 신규 사업으로 생긴 손실을 감추기 위해 점점 더 큰 잘못을 저지르다가 결국 분할 매각에 이른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역시 닉슨이 처음부터 실수를 인정했다면 대통령직에서 사임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닉슨은 들통 난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무마 공작에 나섰으며, 여론 악화까지 이어져 탄핵 되기에 이른다.

실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고, 실패는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실수와 실패는 그리 먼 관계가 아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 실수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는 사소한 실수들을 여러 번 간과했을 때 생긴다. 어떠한 상황에서 실패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실수와 실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위험을 피하려고만 하는 자세는 실패를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성공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하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 포기하는 순간 끝이 나는 것이다.

성적처리 기간만 되면, 자신의 성적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억지를 쓰는 학생을 간혹 만난다. 어떤 실수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대개 평범한 성과는 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일을 도모한다면, 훗날 더 훌륭한 결과가 찾아오리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실수와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모든 인생은 실험이다. 더 많이 실험할수록 더 나아지기 마련이다.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에너지화학공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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