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것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5.20 2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저기서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들 한다. 비교적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울산 지역도 다양한 경기지표가 하나같이 연일 하락세다. 경찰서에 근무하다보면 이러한 경제상황이 피부에 절실히 와 닿을 때가 많다. 특히 요즘들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서민들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우리 경제가 많이 힘들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도 존재한다. 범죄를 설명하는 이론중 하나로 범죄 사회학점 관점에서 “낙인이론”이란 것이 있다.

사소한 잘못으로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교도소에서 출감한 후 좁게는 지역사회에서 넓게는 국가적 차원까지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로 인해 재취업의 기회 등 사회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서 결국 전과가 늘어가고 희미하던 전과자라는 낙인은 또렷해진다.

결국 선명해지는 낙인과 함께 범죄의 강도와 횟수가 증가하면서 동네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훔쳤던 소년은 살인을 하게 되고 피해자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쳐 달아나게 된다.

낙인이론은 범죄의 발생원인을 외부요인에서 찾기 때문에 개인내부요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긴 하나 다양한 연구결과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오늘 먹을 쌀이 부족해서, 아기 귀저귀 값을 구하기 위해서 마트의 물건을 훔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요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부쩍 증가하기 시작한 생계형 범죄자들이 문득 낙인이론에서 설명하는 이러한 악순환으로 훗날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재기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이에 울산 해경은 영세어민을 보호하고 실적 위주의 단속을 지양하는 한편 우범 항·포구 및 해역의 책임구역제 순찰활동을 강화하여 우발적인 범죄발생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서 서민들이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방지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연한 법집행을 통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서민들이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최대한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민생을 침해하고 서민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지역 내 토착범죄자에 대해선 특별단속 활동을 통해 뿌리를 뽑고자 노력하고 있다.

범죄자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을 지양하는 사회분위기, 개인의 합리적인 판단, 경찰관서의 예방적 치안활동이 삼위일체를 이룰 때 경제적 약자가 범죄의 나락으로 빠지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불황의 끝이 언제올진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경기가 예전처럼 회복될 것임은 분명하다. 범죄의 유혹은 항상 존재하고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이러한 유혹은 우리에게 더 달콤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입에 단 사탕을 덥석 삼켜버리고 나중에 충치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되면 결국 누구에게 가장 큰 손해겠는가….

언젠가 다가올 새로운 내일을 위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허리띠를 한번 더 죄어봄으로서 오늘을 인내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범죄자들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 권오성 울산해양경찰서 수사과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