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과거의 대가를 치르며 살아간다
우리는 매일 과거의 대가를 치르며 살아간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2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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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필자는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같이 놀아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공부를 핑계로 거부한다. 그럴 때마다 생떼를 써보지만, 아이들은 지금 놀면 나중에 공부를 두 배나 해야 한다며 거절한다. ‘벌써 아빠랑 노는 것이 싫어진 나이가 된 것인가?’ 서운한 마음이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눈앞의 일을 뒤로 미루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얼마 전 IPCC 제1 실무그룹에서 제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럴 때마다 마음은 무거워진다. ‘이번 보고서는 상황을 얼마나 더 심각하게 평가하고, 암울한 미래를 예측했을까…’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제5차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체결된 파리협정은 세기말까지의 기온상승을 2℃ 이내, 더 나아가 1.5℃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혁명 이후 2003~2012년 사이 기온이 0.87℃ 상승했고,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최근 80만 년 이래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제6차 보고서는 산업혁명 이후 1.09℃가 2011~2020년에 상승했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으로 최근 200만 년 이래 전례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불과 7년 사이 기후변화가 더 급속도로 진행된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IPCC가 2018년에 발표한 ‘1.5℃ 특별보고서’는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될 경우 기온상승 제한 목표인 1.5℃ 상승이 2030~2052년 사이에 도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1.5℃ 기온상승이 2021~2040년 사이에 진행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세기말에는 기온이 1.0~5.7℃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수없이 목격하고 경험했고, 지금도 목격하고 경험하는 중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가뭄, 산불, 홍수 등의 재난을 일으키고, 생태계를 급격히 파괴하며, 감염병을 통해 사회·경제적 고통까지 안겨주고 있다.

산업혁명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기온상승은 1.1℃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5.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이번 보고서가 비관적 예측만 한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면서 흡수원을 극적으로 늘린다면 금세기 중반에는 기온이 1.5℃까지 상승했다가 꾸준히 하강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천문학적 비용을 요구한다. 하지만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시나리오의 현실화는 비교할 수 없는 이익이 될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발생한 산불을 기록한 SNS 사진 한 장은 필자에게 큰 충격이었다. 요트가 빼곡히 정박한 해변의 테라스에서 많은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즐기는 사진으로, 놀라운 것은 사람들 뒤로 보이는 산 너머 주변 하늘이 온통 붉은 화염으로 뒤덮인 장면이었다. 일선에서는 진화를 위해 진땀을 흘리는데도 한편에서는 유유자적하게 여가를 즐기는 모습….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너무 맞아떨어지는 사진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우리 사회의 많은 곳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당장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실행은 지금이 아닌 다음으로 미루는 경향이 짙다. ‘나’에게는 당장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비용과 노력이 너무 들어간다는 이유로, 또는 또 다른 이유를 내세우려 하는 것이다.

그 결과들이 지금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우리도 경험하고 있는 기후재난,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기후재난까지…. 지금 당장이라도 대책을 실행하지 않으면 제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언급한 암울한 미래는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는 매일 과거의 대가를 치르며 오늘을 살아가고, 오늘의 대가를 미래에 치르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 명제를 우리가 무시한다면 어떤 결과와 마주치게 될지, 이제부터라도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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