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의 신선한 행보가 반가운 이유
현대중 노조의 신선한 행보가 반가운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2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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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조경근 지부장이 최근 덴마크 머스크사와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 수주 계약식에 참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안전과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무결점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며 회사의 수주 활동에 힘을 보탠 것. 노조 지부장의 수주계약식 참석은 지난 2013년 이후 무려 8년만의 일이다. 특히 유례없는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긴 시간 노사가 갈등과 반목을 겪은 후여서 더욱 반갑다.

실제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은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업장이었다. 2019·2020년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 난항으로 노조가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까지 점거하면서 끝 모를 수렁 속으로만 빠져드는 듯했다.

그랬던 분위기는 지난달 극적으로 2년치 단체협상을 마무리한데 이어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 선언’을 통해 노조가 회사 재도약에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급반전됐다. 뿐만 아니다. 휴가를 마치고 온 직후에는 노사 공동 안전 결의대회를 갖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도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 지부장이 수주 계약식까지 참석했다. 통상 선주는 선박 건조 과정 전반을 관리하기 위해 울산 조선소 현장에 직원을 상주시킨다. 모르긴 해도 매년 반복되는 파업 장면을 보던 선주로서는 노조 대표가 직접 최고 수준의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무척이나 든든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수년간 수주절벽을 겪으며 그야말로 악착같이 버텨왔다. 사택 부지, 기숙사, 호텔 등 부동산은 물론이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KCC 등 주식까지 현금화하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다. 일감이 없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크 가동을 중단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가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그랬던 현대중공업도 긴 불황 끝에 마침내 재도약의 기회가 눈앞에 온 셈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최근의 조선업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선박 65척, 해양 프로젝트 3기를 포함해 총 106억불치를 수주했다. 이미 연초 목표대비 147%를 달성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렇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왜냐면 조선업의 경우 1~2년 후에야 실적이 반영되는 데다 급격한 강재가 인상 등으로 업계 내부에선 당장 올해 실적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들어 영업손실 4천226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노조지부장이 8년만에 수주계약식에 참여한 건 이처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모처럼 찾아온 재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노사 양측이 내부 갈등보다 미래 생존에 함께 방점을 찍은 거라 볼 수 있겠다.

때마침 회사 역시 친환경, AI, ICT 등을 접목한 미래형 선박에 대한 투자로 글로벌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제2 도약은 이미 가시권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퍼즐은 당연히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거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회사의 최고 가치는 누가 뭐라 해도 ‘고객만족’이다. 고객이 만족해야 회사도 웃을 수가 있기 때문. 앞으로도 노사협상은 계속해야 할 거고, 노사 간 의견대립이나 갈등도 분명 생길 거다. 그래도 어렵게 마련한 협력적 노사관계인 만큼 그럴 때마다 노사 양측은 이 말을 꼭 떠올려주길 바란다. “선주(고객)의 표정도 한번 봐주세요.”

이상길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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