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⑪ 마침내 이룬 그랜드슬램의 꿈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⑪ 마침내 이룬 그랜드슬램의 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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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진짜 그랜드슬램을 향하여

최근 4차산업이 발달하면서 뿌리산업 직군들이 다소 소외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1~3차산업 기반 위에 4차산업이 있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4차산업이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뿌리산업이라고 3D 업종 즉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아울러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필자는 지독하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중학교를 나온 후 한독부산직업훈련원에 입학해 기능올림픽 선수 생활을 했고, 3년 과정을 졸업한 뒤에는 H사에 특채로 입사했다. 이 회사에서 10년 남짓 현장용접 실무를 맡은 뒤에는 특별장학생에 선발되어 창원기능대학 기능장 과정을 졸업했고, 그 후에는 기능장 자격증과 직업훈련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H사에서 23년간 기술교육을 가르쳤다.

그때 처음으로 기능장 자격증을 따면서 나 자신과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내가 몸담은 분야의 그랜드슬램(박사, 기능장, 기술사)을 기어이 달성하고 말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것이다.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하여 하나하나 단추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고졸검정고시를 통과했고,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사학위 취득의 꿈도 이루어냈다. 그다음은 주경야독을 통한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 졸업과 석사학위 취득이었고 이 또한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회사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신념으로 끝까지 땀 흘린 끝에 박사학위 취득의 보람도 누릴 수 있었다.

꿈을 품은 지 27년 만인 2021년 5월 7일, 드디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었다. 용접기술사 자격증 취득의 영광을 기어이 차지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 수월한 일은 없었다. 1차 시험은 5번의 도전 끝에, 2차 최종면접은 3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패스했던 것이다. 더욱더 가슴 벅찬 일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사랑하는 제자들과의 약속을 끝내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대한민국은 세계 일류 상품의 목록에 ‘MADE IN KOREA’ 제품을 무수히 올려놓고 있다. 여기서 떠오른 생각이 있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기술력에서 나오고, 그 기술력은 교육에서 잉태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H사에서 약 33년간 현장실무와 기술교육을 담당하던 필자는 희망퇴직 후 지금은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에서 현장용접 실무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내실 있는 기술교육을 통하여 현장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나친 자기 자랑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필자의 그랜드슬램 달성이 기술 분야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또 ‘인생 최고의 미덕은 봉사’라는 생각에 평소에도 꾸준하게 헌혈해오고 있고, 그 횟수가 벌써 82회를 헤아린다. 이 같은 헌혈 봉사도 참교육 실현에 기름진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혹자는 필자를 이렇게 추켜세운다. ‘탁월한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겸비한, 솔선수범하는 기술인이자 교수’라고….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고 대한민국 기술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한 필자의 도전은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끝)

권순두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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