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 도둑 결혼시켜서 죄송합니다
외아들 도둑 결혼시켜서 죄송합니다
  • 이주복 기자
  • 승인 2009.05.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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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사전 의미는 배우자의 권리와 의무를 정하는 법·규약·관습·신념·태도를 통해 규제되며, 그 자손은 법적·사회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얼마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외아들 우현(35)씨가 뉴욕 맨해튼의 한 성당에서 대한변협 부회장인 유원석 변호사의 맏딸 제영(27)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우현씨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LA 경영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현재 뉴욕 금융회사의 중동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고 신부 제영씨는 브라운 의대 졸업반이다.

중요한건 이들의 여건이 아니라 반기문 사무총장의 마음이다.

“가족끼리 조용하게 혼례를 치르고 싶다”는 반 총장의 뜻에 따라 이 결혼식을 극비에 부쳐졌고 유엔지구 성당인 `홀리 패밀리 처치’에서 치러진 결혼식에는 양가 가족과 친지, 극소수의 지인 등 초청장을 지닌 150명 안팎의 하객만 참석했으며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혼식을 마친 뒤 반 총장은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도둑 결혼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 총장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주요인사가 더욱이 외아들을 결혼시키면서 많은 하객들의 축하 속에 치르고 싶은 마음이야 자식가진 부모로서 모두 같은 마음이지만 반 총장의 처사는 참으로 존경 받을 만하다.

반 총장은 과거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큰딸과 막내딸 결혼식을 비밀리에 치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반 총장의 자식 결혼을 보면 얼마 전 모 교육감은 관내 학교장을 비롯한 교육청 직원들에게 대규모 초대장을 발송해 무리를 빗은 일과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본전 뽑을 생각으로 초대장을 남발하는 교육감과 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결혼식을 치루는 차이는 결국 인품의 차이일 것이다.

지금 검찰은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관련 인사들의 비리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연일 새로운 일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한때 권좌의 주위를 맴돌며 호위호식하고 부정을 저지러 왔던 이들의 말로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자신의 딸에게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받아 수십만달러를 집을 사는데 보냈다고 한다.

부모의 마음이야 자식이 어려움 없이 잘 살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한결 같지만 부정한 돈으로 자식의 부귀영화를 추구하는데 이용했다는 사실에서 다시 한 번 반 총장의 도둑결혼의 의미가 빛을 더한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자식들의 혼사에 대규모로 초대장을 발송하고 손님을 기다리는가 하면 거창하게 결혼식을 치루는 모습을 자주 본다.

과연 이것이 자식들을 위하고 자식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방법일까.

어려운 경제 현실에서 가끔 결혼식 초대장을 받으며 상당수는 ‘고지서’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야말로 부담 가는 고지서다. 안갈 수도 없고 축의금을 안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는 것이다.

축하해야할 결혼식에 축의금을 걱정해야 한다면 이는 축복받는 결혼식이 될 수 없다.

우리 모두 반 총장이 ‘외아들 도둑 결혼시켜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세계적 지도자의 진정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도 반 총장처럼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칭송받는 지도자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 이주복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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