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⑧ 입원-면접-합격…드라마틱한 18일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⑧ 입원-면접-합격…드라마틱한 18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0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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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도 그랬지만 특히 얼굴은 물집(水疱)이 많이 생겨 동천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아내와 의논한 끝에 화상 치료 전문병원이 있는 부산으로 옮기기로 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한참을 달려 부산 장림동에 있는 하나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전문의의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를 침대에 눕히더니 얼굴과 양손 모두 껍데기를 홀라당 벗기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마취를 한 것도 아니어서 와이어 브러시(wire brush=철사 솔)로 얼굴과 양손을 마구 때리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고통과 싸우길 30분. 얼굴과 양손은 완전히 미라나 다름없었다. 양쪽 눈과 입만 조금 열어놓은 채 모조리 붕대로 감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2월 14일이 폴리텍 교수 임용을 위한 최종 심층 면접일이라고 메일이 온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지만 걱정이 되었다. 담당 의사를 찾아가 상황설명을 드렸다. 약 1주일 정도 남았는데 그때까지 치료를 잘 받으면 얼굴과 양손의 붕대 정도는 풀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의사는 장담은 못 해도 최선을 다해 치료해보겠다는 말로 용기를 심어주었다.

그때부터 면접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예상 질문은 미리 만들어 두어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과 양손에 입은 화상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최고의 의료진과 치료법을 총동원해 치료한 덕분이었는지 면접 전날 얼굴과 양손의 붕대를 모두 풀 수 있었다.

면접 당일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바삐 움직였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전복죽으로 아침을 때웠다. 얼굴과 손의 메이크업은 부산에 사는 둘째 누나가 해결해주었다.

사고 당시 가벼운 상처를 입은 제자 2명이 인천까지 동행하겠다며 병원 근처에서 1박을 하고 나서 아침에 합류해 주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면접 장소인 인천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아직 치료가 덜 끝난 얼굴에 생전 처음 화장을 한 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가렵고 미칠 지경이었다.

인천에 올라가는 도중에 영롱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조그마한 소망을 빌었다. 오늘 면접이 나에게는 인생 최대의 중요한 일이니 부디 잘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한참을 달려 면접장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한 노트북을 들고 면접대기장에 들어가니 많은 응시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내 요원의 말로는 심층 면접 시간이 1인당 15분 정도라고 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내 순서가 되어 당당한 걸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갔다. 평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다가 겨우 6명이 앉아있는 면접장에 들어서니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니 면접관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확실하게 답변해주었다. 면접 시간이 다른 응시자들은 15~20분 정도였지만 나는 겨우 10분 만에 마쳤다.

빨리 마친 것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면접을 마치고 나니 지난 1주일간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화살은 떠났고, 목표물에 정확하게 맞을지 아니면 빗나갈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게 담담한 마음으로 면접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최종합격’ 메시지였다. 그 순간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주변의 많은 분들이 염려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시골에 계시는 노모는 병간호를 해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고, 부산에 사는 누나는 빠른 완쾌를 위해 몸에 좋다는 전복죽을 매일 끓여 오셨다.

합격통보를 받은 그다음 날 공무원채용 신체검사를 받았다. 평소 건강관리를 꾸준히 한 터라 채용 신검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 있게 검사를 마쳤다. 2월 20일 오전에 받아본 신검 결과 역시 ‘합격’이었다. 합격자 등록을 위해 각종 구비서류를 들고 대구 폴리텍대학에 가서 합격자 등록을 마쳤다. 드라마틱한 18일간의 일정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권순두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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