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과 그리운 옛친구
서문시장과 그리운 옛친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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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군들 ‘그리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립다는 말은 우리 인류가 이 땅에 나타난 순간 가지고 태어나는 필연적인 것이어서 익숙하게 들리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도 없다. 그저 막연히 그것을 향하는 ‘아리는 감정’이라면 맞을 것 같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이젠 거리두기가 생활화되었다. 모두가 따로따로 지내다 보니 서로 그리움이 짙어지기만 한다. 매일 인사하고 매일 눈을 마주치고 지나던 우리의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지 실감이 간다. 떨어져 지내면서도 그래도 우리를 연결해주는 조그마한 끈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움’이 아닐까!

대구 시내 북쪽에 조그마한 개천이 흐른다. 그 개천변에 살았던 옛친구가 그립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도 내내 그리워했던 친구다. 나와 비슷한 몸체를 한 어릴 때부터 둘도 없는 절친이다. 살가운 성격에 사람들을 잘 웃겨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중학생 때는 같이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도 야심 차게 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어느 날 나에게 대뜸 한 말이 있다. “친구야! 우리 같이 사관학교에 들어가지 않을래? 어제 공군사관학교 선배가 모교에 와서 생도 생활을 얘기해주었는데 정말 멋있었어! 특히 바람에 나부끼는 빨간색 망토 제복은 짱이었어! 우리 같이 들어가자. 응?” 둘은 순진한 마음에 의기투합하여 지원했다. 나는 떨어지고 친구는 합격했다. 비행기 파일럿이 되려면 특히 ‘눈’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듬해 친구는 생도복을 입고 위풍당당 나타나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포옹도, 먹는 것도 모든 것이 다 직각 모습이었다. 안타깝게도 외동이라는 이유로 중도 자퇴해버렸다. 어릴 때 꿈이 산산이 부서진 그는 거상(巨商)의 꿈을 꾸고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상에 매달렸다. 그후 소식은 알 수 없다. 친구야! 그립다!

보수의 단골 텃밭 ‘서문시장’은 흥미로운 곳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생기가 확 돌 정도로 억양 센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남녀노소 모두 기운이 펄펄 솟는다. ‘경상도 민심을 보려면 대구 서문시장을 가보라!’는 말도 생겼지 않았나? 6·25 때도 북한군이 들어오지 못했던 분지도시 대구. 앞쪽은 앞산, 뒤쪽은 뒷산이라 할 정도로 주인정신이 강하다. 엄연히 비슬산, 팔공산 명칭이 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4명의 전직 대통령과는 끈끈한 연고가 있는 곳이라 간과할 수 없는 지역이 아닌가!.

화두가 ‘서문시장’이니 현 시국으로 관심을 돌려보자. 한 사람의 당찬 검사가 나타나 나라를 휩쓸고 있다. 보수, 중도의 표상을 내걸고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거기다 ‘정의와 상식’이라는 기치를 달고 출범했으니 관심이 쏠린다. 최근 진보의 중심지 광주를 다녀오고 보수의 텃밭 대구도 다녀왔다. 특히 ‘서문시장’의 방문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 가서는 킹크랩을 들고 상인들을 위로했고, 부산 돼지국밥을 먹으면서 서민들에게 다가섰다. 또 한 사람 감사원장은 보수당에 입당하자마자 이튿날 부산 하천변에 내려가 쓰레기 줍기에 바빴다.

이 모두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자 무능, 불공정, 정의롭지 않은 환경에서 자생한 현상들이 아닌가? 이런 식이라면 내년 3월 9일은 분명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 같다. 모든 분야에서 대변혁이 일어나고, 정의와 불의를 참지 못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히 뚫어줄 만하다. 월성원전, 드루킹사건 등 큼직한 종기 덩어리도 도려낼 것 같다.

희망찬 우리나라, 살기 좋은 우리 동네, 행복한 우리네 가정에 서광이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원호 울산대 명예교수, 에세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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