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3년 된 서당개가 너무 많다
법(法)3년 된 서당개가 너무 많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5.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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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 마리가 서당(書堂)의 앞마당에서 3년 동안 학동(學童)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면 풍월(風月)을 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너는 어찌 그 모양이냐고 나무란다. 여기서 토씨 ‘도’가 들어갈 때와 그냥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했을 때는 그 뜻이 약간 달라진다. 우리말이 그렇다. 하여간 개가 시조를 읊듯이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따지기를 해보자. 즉, 왜 고양이나 송아지는 안 되고 꼭 개이어야 하느냐이다. 그리고 3년이냐는 것이다. 한 10년 하면 강산도 변하니까 개도 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다.

아 마도 현대의 행동주의 심리학 원리 가 옛날 우리나라에서 이미 적용되었을 법하다. 이것은 마치 돌고래나 물개를 훈련시켜 온갖 재주를 부리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돌고래나 물개도 한 3년 훈련시키면 웬만한 재주는 다 부릴 수 있게 된다. 말의 운율이나 어떤 관습(삼 세 번하는 식의 관습)으로 10년이 아니라 3년이라고 했을 수도 있다. 영화 ‘워낭 소리’도 있지만 소가 풍월을 읊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양이는 태어나기를 행동주의에서 말하는 강화(强化)가 잘 먹혀들지 않아서 훈련이 안 된다.

실 제로 서당에서 강아지가 풍월을 읊듯이 짖어대는 경우가 생길까? 가능하다. 그 과정을 풀어본다. 정말 우연히 서당에서 아이들이 소리 내어 글을 읽고 있는데, 앞마당의 개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이때 한 아이가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자기가 먹다 남은 누룽지나 개떡을 개에게 던져주었다. 또다시 우연으로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에 끙끙 우는 소리를 내니까 주인아주머니가 개밥을 주었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다음에도 이상하게 끙끙거리니까 우연하게 다른 아이가 생선 토막을 던져주었다. 하여간 이 서당에 살고 있는 이 개에게는 울기만 하면 먹을 것이 생겼다. 이런 ‘우연’이 계속 반복되면서, 아이들이 글을 읽기만 하면 강아지도 먹을 것을 달라는 뜻에서 소리를 내게 되었다. ‘학습’이 일어난 것이다. 억지로 꾸며서 말하면 이런 일이 옛날 어느 서당에서 실제로 목격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하면서 남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들으면 그것을 배우게 된다고 속담으로 내려왔을 수 있다.

여 기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개의 풍월흉내가 풍월을 읊어보겠다는 의지(意志)와 이에 따른 노력의 결과이냐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도의 전문성이 아니어도 남이 쉽게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 것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 옆에서 오가며 어깨너머로 주워듣고 아는 척, 할 수 있는 척 하는 것이냐의 문제이다.

우 리나라 사람 모두들 글을 깨우치고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사이비 전문가들이 너무 많아졌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그렇다. 모두들 교육에 전문가 수준의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한 마디씩 한다. 초등학교에서 한 시간(40분) 수업을 해 본 일도 없는 사람이 교사는 어떠해야 하고, 교장은 어떠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그는 선생님들 틈에서 생활해온 사람이다. 어떤 때는 3년도 안 된 서당 개가 풍월을 읊고 있어서 기가 막힌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학교 선생님은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직종조차 밝히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돋보기가 몸을 사리는 것이다.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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