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
중국산 김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2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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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상황 속의 총아를 한 가지만 꼽으라 한다면 감히 ‘플라스틱’을 추천하고 싶다. 이것 없이는 일상으로 굳어버린 배달문화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탓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에 ‘배달음식 없는 일주일’ ‘플라스틱과 비닐 없는 일주일’ ‘Zero waste challenge(제로 웨이스트 일주일 챌린지)’가 있고 ‘일회용품 없는 카페’란 것도 있다.

돌아보면 ‘∼일주일’ 시리즈의 원조는 어쩌면 미국 한 TV의 기획 다큐멘터리 ‘중국산(중국제) 없는 일주일’이 아닐까. 기억은 흐릿해도 결론은 선명했다, 미국 일반가정에서 ‘Made in China’ 없이 일주 버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China’의 위력은 그만큼 강했고 ‘싸구려’ ‘저질’ 이미지를 벗어던진 지는 이미 오래다.

며칠 전 KBS의 강연 프로그램 <이슈 PICK, 쌤과 함께>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출연해서 한 시도가 있었다. ‘신흥 경제 대국’ 중국과 그런 중국이 못마땅한 미국의 역학관계 일단을 무역 상대국 관계에서 찾으려고 한 것. 그는 제1 무역 상대국이 미국인 나라가 60개국, 중국인 나라는 110개국이나 된다고 했다.

“Made in China 없이는 일주일도 버티기 어렵다.” 실로 믿고 싶지 않은 이 불편한 진실이 한국 가정이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식탁에서부터 그릇(식기), 그릇 속의 채소와 생선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아닌 것 찾기가 더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 집 밖에서는 가장 흔히 부딪히는 것이 중국산 김치다. 배추김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깍두기도 중국산이 적지 않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쨌거나 필자는 ‘중국산 김치’라면 애써 고개를 돌린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왔다는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동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김치의 종주국이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중국의 국수주의 성향이 더 얄미운 탓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기무치(キムチ)’란 이름으로 재산권을 선점하려던 일본은 그네들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꼬리라도 내렸으니 차라리 나은 편이다.

지난 주말 시내 유명 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메밀국수를 시켜 먹다가 체할 뻔한 일이 있었다. ‘원산지 표시판’에 ‘배추김치 중국산’이란 글이 보란 듯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고급 백화점에서도 이러나 싶은 생각에 한동안 머리가 어지러웠다. 솔직하게 털어놨으니 오히려 칭찬이라도 해주는 것이 맞을까?

7월 7일 자 서울발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국내 한 음식점이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산과 섞어 보쌈김치를 만들어 팔면서 국내산이라고 속이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이 업체가 국내산으로 속여 판 김치는 7천50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에 나선 곳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었고, 품목별 위반 건수는 배추김치가 가장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한마디 거들었다. 김치의 중국어 번역과 표기를 7월 22일부터 ‘신치’(辛奇)로 통일한다고 밝힌 것. 이는 김치가 중국 음식 ‘파오차이’(泡菜)로 번역되면서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어찌 보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김치를 가지고 장난치는’ 현상은 김치의 세계적 인기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의 ‘알몸 김치 동영상’ 파문 이후 중국산 수입 김치가 4, 5, 6월 3개월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이와는 달리 올해 상반기의 김치 수출은 수출액 기준 20.1%나 증가했고, 제일 큰 손은 일본이었다. 국내에서 비싸다고 외면받는 한국산 김치가 일본에서는 건강식품이라고 귀빈 대접을 받는 것도 연구대상에 올려야 할 판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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