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대량생산 시스템 사회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사회를 거쳐, 인공지능(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차세대 플랫폼은 가상현실(VR)이 될 것”이라고 했고, 글로벌 IT 기업들은 가상현실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가상현실/증강현실(AR) 기술은 주로 영화 소재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테마파크, 게임, 스포츠, 교육 및 산업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5G 기반 신산업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 및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 실현을 목표로 혁신성장 5G 전략을 발표했다. 그 핵심 산업으로 실감형 콘텐츠를 선정했다. 실감형 콘텐츠는 고위험군, 고비용 또는 체험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하여 체험하는 기술이다. 오감을 사용하여 교육하기 때문에 그 만족도와 몰입도가 높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인해 AR/VR을 활용한 미래형 교육산업의 성장성은 매우 높다. 남구 두왕동 테크노산업단지에 위치한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이하 교육원)에서는 이런 니즈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원은 석유화학단지의 기술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미숙련 인력에 따른 중대 산업재해 발생위험을 예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됐다. 강의동, 화학공정 운전설비를 갖춘 파일롯 플랜트동 및 관리동과 48종의 관련 교육장비를 갖추고 2020년 10월 ‘울산 화학의 날’에 개원했다. 2021년 3월부터 석유화학 공정운전, 석유화학 스마트공정제어, 석유화학 설비유지보수, 석유화학 공정안전 등 4개 직종에서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에 107명의 교육생을 배출했으며, 하반기 교육생을 8월 20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기계·전기·화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장치산업이다. 생산공정이 복잡하고, 유해하고 위험한 물질들을 취급한다. 또한, 고온·고압 반응을 수반하는 경우 누출·폭발·화재 등의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근로자와 인근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파괴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대형사고 발생 위험성은 크지만 공정의 특성상 실습교육이 어려워 안전교육은 사고사례나 이론교육으로 대체되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미 구축된 시설과 연계하여 에너지화학공정과 교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안전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어느 날 산업인력공단의 일학습병행 실감형 콘텐츠 개발사업 공고를 보게 된다. 교육 중에 겪은 시행착오를 근간으로 우리 교육원의 플랜트를 활용해 공정운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대비한 혼합현실(MR)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내용으로 응모해 당당히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XR(eXtended Reality)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는 석유화학산업 관련 직종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산업재해인 누출·폭발·화재 사고를 대상으로 개발한다. 신규인력 및 재직자에게 최적화된 산업안전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교육대상자는 XR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가상현실에서 업무를 익힘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본 사업에서 개발하는 콘텐츠는 다자간 인터랙션 기술과 가상현실에 밸브·플랜지·스위치 및 소화기 등의 장비를 이용한 혼합현실 기능을 추가하여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본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교육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확대 운영하게 된다. 울산, 여수, 대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석유화학산업과 정밀화학산업 및 플랜트산업 전반에서 산업재해율을 감소시켜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은 명실상부 국내 석유화학산업 관련 신규인력 양성 및 재직자 직무향상 교육에 특화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리라 확신한다. 석유화학 관련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많은 젊은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교수진은 최선을 다하겠다.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에너지화학공정과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