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물’은 고치기도 어렵다
‘초고층 건물’은 고치기도 어렵다
  • 김준형 기자
  • 승인 2009.05.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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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하던 울산의 스카이라인이 하루하루 변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30층 이상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10여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울산의 경제성장에 따른 당연한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발전에 따른 부산물이자 한 도시의 꿈틀거리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각적인 상징물이도 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오늘(11일)만 해도 주상복합아파트와 관련한 기사를 2건이나 다뤘다.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과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 중 화재와 관련한 소방서의 도상훈련에서 나온 지적은 짚고 가야겠다.

울산 남부소방서는 공사가 한창인 주상복합건물 대부분이 지상 30층이 넘는 초고층 건축물이어서 화재 발생시 노출되는 물리적 구조의 한계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주상복합의 경우 창문이 30도 이상 열리지 않으며 베란다가 없어 내부 피난계단 외에는 대피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상가 층이 대부분 돌출된 형태로 시공되고 화려한 외관 조경으로 인해 지상에서 고가사다리차를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의 제약도 지적됐다.

구조작업에 있어서도 초고층의 경우 타워(tower)형으로 지어져 공기의 대류현상으로 인한 돌풍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로프를 활용한 옥내진입이 불가능하고 공기안전매트 또한 이용한도가 20층 이하로 그 이상의 경우 지상으로의 직접적인 대피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제연설비 또한 장애물이 적치되거나 방화문을 강제로 개방해 놓을 경우 그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밀폐도가 높은 주상복합의 경우 연돌효과로 인한 대형 참사의 우려가 있다 한다.

이러한 분석을 보면서 ‘행정·소방당국은 왜 불과 2~3년 전 건축 전 설계과정에서 문제를 미리 검토하고 수정하는 일들을 하지 않았나’하는 의문이 생겼다. 물론 높이에 따른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점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적된 사항 중에 화려한 외관 조경으로 인해 고가사다리차를 전개하기 어려운 점 등은 ‘충분히 사전에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쉽다. 이날 해결방안이라 제시된 방법은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활용한 신속한 옥내진입과 자체 소방시설을 활용해 화재의 연소 확대를 최대한 빨리 막고 중간층에 설치된 피난층과 옥상층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이는 화재발생시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요령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어서 더욱 아쉽다.

‘외양간’은 ‘소’ 잃고 고칠 수나 있지, ‘초고층 건물’은 고치기도 어렵다. 아니, 다시 지어야 한다.

/ 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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