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그들은 행복한가?
교사와 학생, 그들은 행복한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5.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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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섰다. 번영교를 지날 때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정선생님 한테 신규 교사에게 연락 부탁했는데 아무도 안 온 걸 보니 모두 바쁜 모양이다.

예상보다 15분 늦은 6시 45분에 연수는 시작됐다. 서길원 선생님은 목소리가 부드럽고 조용했다.

키도 나만한 것 같고… 강의를 들으면서 저런 분이 학교 개혁의 선구자가 되었다는 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 라는 생각이 내내 맴돌았다.

남한산초등학교의 개혁은 거창하게 교육의 새로운 시도를 찾겠노라고 하지 않고 작은 일부터 변화시켜 나갔다. 학교를 리모델링 하면서 즉흥적인 공사를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들의 배움과 삶을 적합한 환경을 하나 둘 씩 채워 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본관 교사 정면에 출입구를 두고 발코니와 정원이 달린 교실 조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육과정 운영 면에서 경쟁중심, 선발중심의 각종 대회와 시상제도를 탈피하고 전교생이 참여하는 다모임 학습, 방학기간의 탄력적인 적용, 80분 단위의 블록제 수업 실시 등 역동적이면서 창의적인 느낌이 들었다.

조직풍토, 교사문화 면에서 교사회의 협의 중심의 주례회의, 공문서 업무 경감, 작은 학교의 철학, 교사 초빙 등...

굳이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믿기기 힘들 정도로의 눈부신 성과와 한국 제도교육의 틀 속에서 실현했다는 용기는 찬사를 받아 마땅한 일임에는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렵고 힘들게 첫 발을 내딛었던 남한산초등학교는 앞으로의 많은 과제들도 훌륭히 해결하며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물음 하나가 떠올랐다.

교사와 학생 그들은 행복한가?

이 질문은 대학 평생교육 강좌시간에 교수님이 우리들에게 던진 물음이었다. 그 때는 학생입장에서 뭐라 뭐라 한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니체를 좋아하던 친구가 답변을 멋지게 했다.

누구나 늘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으며 모든 일에 행복하거나 모든 일에 불행을 느끼지도 않는다. 같은 일에 대해서도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한 사람이 같은 일을 때에 따라 달리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절대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교사와 학생의 행복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그러나 행복이 상대적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주관적이거나 개인적인 문제는 아니다. 행복의 의미와 기준이 사회 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구성되고, 행복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 다른 사람들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은 행복해야 한다. 그렇지만 교육이 늘 만족스럽거나 행복한 일은 아니다. 교육은 인내와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며 현재의 불행이 장래 행복의 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관점에서 학교를 즐겁고 아름다운 터전으로 바라본 남한산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 그들은 행복하지 않더라도 행복을 향해서 걸어가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교사와 학생이 가르침과 배움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교육적 행복이다. 남한산은 그것을 실천하는 학교이다.

교사와 학생 그들은 행복한가? 다시 묻는다. 나는 행복한가?

/ 김진현 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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